신기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장기판 주위로 아이들처럼 둘러 있는 할아버지들
흩날리던 신문을 구겨 담는 환경미화원 아저씨
말끔하게 차려입은 양복이 더러워 졌을까,
재차 먼지를 털며 지나가는 중년의 아저씨
세상 밑으로 토해내듯, 한 숨 쉬며 지나가는 여학생
양손에 장바구니 한가득 걷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아줌마
아슬아슬 차선을 피해,
리어카에 고물들을 한가득 싣고 가는 등 굽은 할아버지
전화기 건너편의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표정의 아가씨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지나가는 연인, 조깅을 하는 사람
마실 나오신 듯 왁자지껄하게 웃으시며 산책하는 아주머니들
어딘가에서 새로 건물을 짓는지,
멀리서 들리는 경미한 도시의 소음과
빨리 가라며 보채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어디서든 환대받지 못하는 비둘기들과
곧 봄을 맞이해야 할, 아직은 벌거벗은 나무들
연속적으로 변해가는 풍경들은,
머릿속에서 시간의 속성을 잃은 체로,
몇 장의 스틸 컷으로 남아 ‘지난 계절’이란 이름으로 변해있고,
계절을 추억하다보면, 어느새 계절은 원을 그리듯
딱 오늘만큼 다가와 있다
그 돌고 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우리들은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떨리는 가슴을 몇 번이나 숨기고, 또 후회하는 짓을 반복할까?
몇 번을 웃고, 또 몇 번을 숨죽이며 울어야 하는 걸까?
얼마를 사랑해야 진심으로 사랑한다, 사랑했다 말할 수 있을까?
살아가는 일은,
아직 벅찰 정도로 물음표인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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