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날이 저물어가고
바람은 더 거세지고
전할 수 없는 아픔에
절절히 가슴만 타네
외로이 잠기는 이 밤
아련히 번지는 내 맘
닿을 수 없는 저 곳에
보이지 않는 먼 곳에
난 그렇게 또 허공을 걷고 있네
숱한 거짓에 다리를 절고 있는 나
긴 방황에 지쳐 쓰러질 때면
혹 돌아올는지 그 희미한 미소로 내게
그대 스쳐가는 바람결에 날 추억한다면
떠가는 꽃잎 되어 그대의 곁에 머물 텐데
이젠 기억 속에 잠든 그대란 걸 나 알고 있는데
그대 떠난 그 자리에 흘러가누나
보름을 기다리는 슬픈 달무리처럼
첫눈 오길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처럼
해질녘을 서성이며 그대 생각에 잠기면
혹 돌아올는지 그 희미한 미소로 내게
다시 그대 품에 나 잠들 수 있게
그대 스쳐가는 구름 뒤에 날 추억한다면
내리는 단비 되어 그대의 곁에 머물텐데
이젠 기억 속의 그대란 걸 나 알고 있는데
그대 떠난 그 자리에 미소 짓는 신기루
그대 스쳐가는 파도 속에 날 추억한다면
비추는 노을 되어 영원히 그대 곁에 머물 순 없을까
기억 속의 그대란 걸 나 알고 있기에
그대 떠난 그 자리에 흘러가누나
이내 슬픔 그 자리로 흘러가리다
그대 다시 돌아올 그 때만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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