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두 (Fatdoo) ☆ 몽유병 (夢遊病)

난 진짜 몰랐다
진짜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잠에서 깼는데
들리는건 분명 다름 아닌
내 아내의 흐느낌
그리고 눈물로 맺힌 눈으로
날 바라보던 그 눈빛
뭔가 낯선 기분을 느꼈어 좀 무서워
평소보다 차가운 두 손 혹시 복선
머리맡에 두었던 파란 레이벤
안경을 집어서 쓰는 순간 봤어
설마 내 손에 묻어 있던 피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오늘 새벽 한 노숙자가
한쪽 다리가 절단 된 채
변사체로 발견 되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그 때 그녀는 오른팔을 들어
눈물을 닦고
침착하게 말했어
새파란 입술을 깨물고
당신 정말 기억 안나
뭐가 말을 해봐 당신이 죽였어

내가 몽유병
씨발 너라면 믿을 수 있어
나도 당신이
이런 짓 까지는 할 줄 몰랐어
그러고 보니 어젯밤 약을
먹은듯한 어지러움 속에서
잠들었떤 기억이 살짝 떠올라
뭐지 이건
그리고 그런 일의 반복
이런 벌써 3명의 살인 사건
뉴스속보 누가 날 좀 대변해
내가 세상을 떠나가 버리면
바로 목을 매고 죽겠다던
매일 밤 힘내라며
고기반찬을 차려주던
상냥한 아내의 눈물
이게 진짜 현실
난 참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그래서 뛰쳐 나갔어
벤츠를 몰고 용산으로 달려가
사온 건 소형 카메라 4대
아내 몰래 집의 군데 군데
설치를 했어 불안 했어
만약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망설임 없이 뛰어 내릴거야
사뿐히 그리고 설마 했는데
3일 뒤 일어난 사건
아내의 외출 뒤 녹화된
테잎을 되감았어

첫장면 아내가 냉장고 문을 연다
그리고 오렌지 쥬스를
컵에 가득 따른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작은 통 하나를 꺼낸다
그 작은 통에는 수면제
라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내게 가져 온다
나는 그걸 마신다
그리고 나는 아내의 볼에
키스를 하며 잠든다
그리고 아내는
내가 잠든 뒤 외출을 한다
그리고 2시간 뒤
아내는 집으로 돌아온다
커다란 검은 봉지를 메고
왔다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봉지를 열어
뭔가를 꺼낸다
다리다 사람 다리다
그리고 그 다리를
싱크대에 올린다
잘게 썰어 양념을
쳐서 냉장고에 넣는다
그리고 손에 피가 잔뜩 묻은 채로
내 방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피들을 내 손에 묻힌다
그때 내 등 뒤에서
그때 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여보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