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 적

하루에도 우린 몇 번씩
꼭 철천지 원수를 만들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그 적들의 등에 저주를
사실 생각하면 작은 일인데
그저 나의 발을 밟은 것인데
나 조금씩 난 미쳐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없다
내 안에 자라는 증오는
또 무엇을 향한 것인지
이건 내 잘못이 아닌데
그 누군가가 나를 방해해
만인의 적들이 득실거릴 때
그때는 도리어 또렷했는데
나 조금씩 난 미쳐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없다
나 조금씩 날 잃어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없다

눈동자는 늙고
힘센 팔뚝 병들어
나 생의 변두리 흐느적거리며
독 같은 말만 뱉는다

나를 그대로 버리지마
조금씩 난 미쳐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없다
나 조금씩 날 잃어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없다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필요없다

조금씩 난 미쳐
조금씩 난 미쳐
조금씩 난 미쳐
조금씩 난 미쳐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