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속에서 기억이 온전하다는 건
어쩌면 기적을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
오늘도 이 곳, 내가 서 있는 여기 혜화동사거리
혜화역까지, 귀에는 이어폰을 꽃은체로 걷는다
가끔, 그런 류의 옷가지들
예를 들어, 보라색 주름 스커트라던가
같은 색의 스웨이드 신발이라던가- 를 보게 되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여자
그 날 우리가 어땠었는지, 노원역 어딘가에서 만나
차를 마셨었는지, 비오는 거리를 뛰고 뛰어서
우산이 파는 곳이 왜 그렇게 보이질 않던지
조용한 근처 어딘가에서 술을 한 잔 했었는지
눈을 떠보니 그녀는 내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고,
다시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안에 홀로
‘내가, 어디 있는거지?’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관한 사물조차
때론 의심스럽다, 과연 내가 기억하고 있는게 맞을지
내가 걷고 있는 이 거리가 ‘혜화동사거리’라는 표지가
없으면, 과연 나는 어디를 어떻게 알고 걷는걸까?
나는 이 거리를 왜 걷고 있는걸까?
흔들리는 세상속에서 기억이 온전하다는 건
어쩌면 기적을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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