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눈이 펑펑 왔지 빛의 조각들처럼
골목 가로등 아래 반짝이는 눈 속에 나는 두 손 모아 빌었지
그리 아름답던 그 눈이 모두 녹을 줄이야
구두 위에 어지럽게 묻어 있는 얼룩이 하나 남은 흔적일 줄이야
밤이 새도록 너의 집 앞에
사랑한다고 돌아오라고 글씨를 썼지만
해는 높이 떠오르고 나의 맘은 녹아 내리고
가는 자전거 바퀴에 흩어졌던 걸
그리 아름답던 그 눈이 모두 녹아버린 날
우리 함께 한 일도 마치 없던 것처럼 작은 물방울 되어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지
그저 수줍은 내 고백은 눈물로
누군가의 발에 밟혀 흙탕물로 그리고 어제와 똑같이 뒤덮였지 사람들로
저 많은 사람들 중에 내 마음과 같은 사람 아마 있겠지
그 사람 역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흔적 찾아 방황하고 있겠지
난 밤이 새도록 너의 집 앞에
널 사랑한다고 내게 다시 돌아오라고
내 맘 가득 담아 흔적을 남겼지만
해는 높이 떠오르고 나의 맘은 녹아 내리고
가는 자전거 바퀴에 흩어졌던걸
그리 아름답던 그 눈이 모두 녹아버린 날
우리 함께 한 일도 마치 없던 것처럼 작은 물방울 되어
내겐 마지막 몸부림과 같았던
어느 눈 오던 날
—————–
눈녹듯
PANIC
최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