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 구음시나위

안숙선 ☆ 구음시나위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허 둥둥 내 사랑이야
만첩청산(萬疊靑山)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덤쑥 빠져 먹들 못허고 으르르르르릉 아망 넘노난 듯
단산봉황(丹山鳳凰)이 죽실(竹實)을 물고
오동(梧桐)속에 넘노난 듯
구곡청학(九曲靑鶴)이 난초를 물고
송백간(松柏間)에 넘노난 듯
북해 흑룡(북海 黑龍)이 여의주(如意珠)를 물고
채운간(彩雲間)에 넘노난 듯 내 사랑 내 알뜰 내 간간이지야
오호 둥둥 네가 내 사랑이지야
목란무변수여천(木欄無邊水如天)에
창해(蒼海)같이 깊은 사랑
삼오신정(三五新正) 달 밝은데
무산천봉 완월(巫山天峰 玩月) 사랑
생전 사랑이 이러허니 사후기약(死後期約)이 없을소냐
너는 죽어 꽃이 되돼
벽도홍삼 춘화(碧桃紅三 春花)가 되고
나도 죽어 범 나비 되어 춘삼월 호시절에
네 꽃송이를 내가 덤쑥 안고 너울 너울 춤 추거던
네가 나인 줄로 알려무나
화로(花老)하면 접불래(蝶不來)라
나비 새꽃 찾어가니 꽃 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종로(鐘路) 인경이 되고
나도 죽어 인경 마치가 되어 밤이면 이십팔수(二十八宿)
낮이면 삼십삼천(三十三天) 그저 댕 치거들랑
네가 나인 줄 알려무나 인경 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서 글자가 되돼
따 지(地) 따 곤(坤) 그늘 음(陰) 아내 처(妻)
계집 녀(女)자 글자가 되고
나도 죽어 글자가 되돼 하날 천(天) 하날 건(乾)
날 일(日) 별 양(陽) 지아비 부(夫) 사나이 남(男)
아들 자(子)자 글자가 되어
계집 녀(女) 변(邊)에 똑 같이 붙어 서서
좋을 호(好)자로만 놀아 볼까

김청만 '반백년예술' 14 - 구음 시나위 살풀이
안숙선명창
Sukwon Jung - 김소희 구음(口音, 입소리)
구음시나위-남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