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꽃들이 굳세게 피어나도 나는요 기쁘지 않아
시들 날만 떠오르는데요
어리석은 난
꿈꿀 일이 두려워 밤새 잠 못 들고도 해요
목이 쉬도록 온종일 지저귀는 새들의 아픈 노래도
더는 들어주지 않을래요
매정히도 난
놓칠 일이 두려워 그대 손도 못 잡아줬죠
길모퉁이엔
꽈리를 튼 괴로움이 나를 기다려
타박타박 스치던 어느 사이 내 발목을 힘껏 물어대고
지난 계절에
오해와 차이인줄로만 알았고
핑계와 침묵으로만 대했던
헐벗은 추억이 솟아나
플라타너스!
다 괜찮다는 듯이 너른 잎사귀 흔들어주던
플라타너스!
시든 것은 너인데 비참한 것은 오히려 나야
오히려 나야
길모퉁이엔
꼬리를 세운 그리움이 기다려
저벅저벅 도망치던 그 사이 내 손등을 할퀴고 가면
뿌리도 없이
위태로이 버텨온 한 그루의 너모진 비바람으로 휘몰아치던
구슬픈 사연이 떠올라
플라타너스!
다 괜찮다는 듯이 마른 잎사귀 흩뿌려주던
플라타너스!
떠난 것은 너인데 미안한 것은 오히려 나야
오히려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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