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녹음 12

밴드의 탄생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임스 조셉 맥귄 3세(James Joseph McGuinn III, 1942년 7월 13일 시카고 생)라는 본명을 가진 로저 맥귄(‘로저’라는 이름은 1967년, 그가 인도네시아에서 파생된 ‘수부드(Subud)’라는 종교의 추종자가 되며 스스로 개명한 것이다)은 라임라이터스(Limeliters), 채드 미첼 트리오(Chad Mitchell Trio), 그리고 주디 콜린스(Judy Collins) 등과 작업을 하며 음악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당시 비틀즈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그는 비틀즈의 여러 곡들을 연주하며 로스앤젤레스의 클럽들을 전전하던 중 트루버도어 클럽에서 진 클라크(Harold Eugene Clark, 1944년 11월 17일 미주리주 팁튼 생, 1991년 5월 24일 캘리포니아주 셔먼 오크스에서 사망)를 만나 포크 덴(Folk Den)이라는 듀오를 결성했다. 얼마 후 그들의 연주 모습을 본 데이빗 크로스비(David Van Cortland, 1941년 8월 14일 로스앤젤레스 생)가 그룹에 가담하게 되었고 싱글 ‘The Only Girl I Adore’의 녹음에 들어간 이들은 제트 세트(Jet Set)로 이름을 바꾸고 여러 세션 뮤지션들과 함께 데모를 완성한다. 얼마 후 드러머인 마이클 클라크(Michael Clarke, 1944년 6월 3일 뉴욕 생, 1993년 12월 19일 플로리다주에서 사망)와 뛰어난 블루그래스 뮤지션 크리스 힐먼(1942년 12월 4일 로스앤젤레스 생)이 밴드에 가입했고, 비프이터스(Beefeaters)라는 이름으로 [일렉트라(Elektra)] 레이블을 통해 싱글 ‘Please Let Me Love You’를 발표한다(당시 이들이 녹음한 여러 데모들은 1969년 [Preflyte]라는 제목의 앨범으로 발매된다).
’64년 11월 [CBS] 레이블과 계약을 이룬 밴드는 그룹명을 버즈로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1965년 1월, [콜럼비아(Columbia)] 레코드사의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밥 딜런의 ‘Mr. Tambourine Man’의 녹음에 들어간 밴드는 로저 맥귄의 탁월한 12현 기타 사운드와 풍부한 보컬 하모니가 포함된 멋진 곡을 완성했다. 이 싱글은 ’65년 6월에 차트 정상에 올랐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같은 해 8월에 발매된 데뷔 앨범 [Mr. Tambourine Man]은 밴드를 포크 록의 선두 주자로 확고히 자리매김시켰고 이듬해 3월에 발매된 두 번째 앨범 [Turn! Turn! Turn!] 역시 타이틀곡의 히트와 더불어 큰 성공을 거둔다. 여러 매체들은 비틀즈로 대표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에 대항할 수 있는 (외형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유일한 미국 그룹으로 버즈를 거론했고 조지 해리슨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두 번째 앨범의 발표 후, 로저 맥귄과 더불어 리드 보컬과 작곡을 담당하며 밴드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진 클라크가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그룹을 떠난다(그는 곧 그래스 루츠(Grass Roots)의 조엘 라슨(Joel Larson) 등과 함께 진 클라크 그룹(Gene Clark Group)을 결성하여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밴드에는 여전히 세 명의 보컬리스트가 있었고 더 이상의 멤버 보강은 하지 않는다.
진 클라크가 마지막으로 참가한 ‘Eight Miles High’가 ‘약물’에 대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라디오에서 방송 금지를 당했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히트 싱글이 되었다. 그리고 이 곡이 포함된 세 번째 앨범 [Fifth Dimension](’66)을 통해 밴드는 본격적인 사이키델릭 시대의 포문을 열어주었다. 이듬해인 ’67년 4월에 발매된 [Younger Than Yesterday]는 크리스 힐먼과 데이빗 크로스비의 작곡 역량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수작 앨범이었다. 밴드는 ’67년 6월에 있었던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Monterey Pop Festival)에 참여하는데, 그 동안 맥귄이나 힐먼과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던 데이빗 크로스비는 그 무대에서 버펄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에 합류하여 로저 맥귄을 크게 놀라게 하기도 했다. 크로스비가 밴드를 떠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앨범 [The Notorious Byrd Brothers](’68)의 작업을 하며 밴드가 그의 곡 ‘Triad’ 대신 캐롤 킹(Carole King)과 제리 고핀(Gerry Goffin) 콤비의 ‘Goin’ Back’을 선택한 사실을 들 수 있다. 아마도 그의 자존심은 꽤나 상처를 입었던 모양이다(‘Triad’는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Crown Of Creation](’68)에 수록된다). 그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진 클라크가 임시로 밴드에 복귀했지만 이내 다시 떠나갔고 ’67년 말에는 드러머 마이클 클라크마저 밴드를 등진다.
1968년 1월, 밴드는 크리스 힐먼의 사촌인 드러머 케빈 켈리(Kevin Kelley, 1945년 캘리포니아주 생)를 새로운 멤버로 맞이하여 대학가 투어를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인 그램 파슨스(Cecil Connor, 1946년 11월 5일 플로리다주 윈터 헤이븐 생)가 가입함으로써 버즈는 다시 4인조의 라인업이 되었다. 파슨스는 컨트리 음악의 도입으로 버즈의 사운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68년 7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투어를 앞두고 인종 차별적인 관객들을 위해 연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밴드를 떠났다. 파슨스가 많은 부분에서 보컬을 담당한 [Sweetheart Of The Rodeo]는 자신의 목소리가 포함된 앨범은 발매될 수 없다는 그의 제재로 인해 발매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로저 맥귄과 크리스 힐먼의 보컬로 다시 녹음되어 ’68년 9월에 발매된 이 앨범은 그 동안의 버즈 음악과는 사뭇 다른 사운드를 담고 있었고 (음악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다. 10월에는 크리스 힐먼이 그램 파슨스와 그룹 플라잉 뷰리토 브라더스(Flying Burrito Brothers)의 결성을 위해, 그리고 케빈 켈리가 팀 버클리(Tim Buckley)의 밴드에 가입하기 위해 버즈를 떠난다.
홀로 남게 된 로저 맥귄은 새로운 멤버를 모아야 했다. 그룹 내시빌 웨스트(Nashville West) 출신의 기타리스트 클레어런스 화이트(Clarence White, 1944년 6월 6일 메인주 루이스톤 생, 1973년 7월 14일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에서 사망)와 드러머 진 파슨스(Gene Parsons, 1944년 4월 9일 생), 그리고 베이시스트 존 요크(John York, 1946년 8월 3일 뉴욕주 화이트 플레인스 생)가 버즈의 새로운 라인업을 완성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함께 한 앨범 [Dr. Byrds & Mr. Hyde](’69)는 다소 취약한 사운드를 담고 있었다.
’69년 9월에 존 요크가 밴드를 탈퇴했고 그의 뒤를 이어 스킵 배틴(Skip Battin, 1934년 2월 2일 오하이오주 갈리오폴리스 생)이 가입을 한다. 이 라인업은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어, 또 다른 포크 록 사운드를 들려준 [Ballad Of Easy Rider](’70)와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을 담은 더블 앨범 [Untitled](’70), 음악적으로 가장 뒤진다는 평가를 얻은 [Byrdmaniax](’71), 그리고 평범한 [Father Along](’72)에 이르는 일련의 앨범들이 이어졌다. 1973년 초에는 오리지널 멤버들인 로저 맥귄과 크리스 힐먼, 데이빗 크로스비, 진 클라크와 마이클 클라크가 다시 모여 [어사일럼(Asylum)] 레이블을 통해 마지막 앨범 [Byrds]를 발표한다. 이 앨범은 차트 20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어느 때보다도 못한 최악의 사운드로 혹평을 면할 수 없었다.
이제 버즈는 완전히 해체되고 멤버들은 각자 솔로 활동을 시작한다.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 영(Crosby Stills Nash & Young)으로 슈퍼스타의 대열에 오른 데이빗 크로스비는 물론 로저 맥귄과 진 클라크, 크리스 힐먼 등도 비교적 성공적인 활동을 해나갔다. 이후 밴드에 관련된 주목할 만한 일로는 1987년 ‘버즈’라는 이름으로 솔로 투어를 한 마이클 클라크를 맥귄과 힐먼, 크로스비가 고소했던 사건을 들 수 있다. 또한 1991년 1월, 버즈의 이름은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 Roll Hall Of Fame)에 오름으로써 밴드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을 기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