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끔씩 오래 보자
우리 가끔씩 오래 보자
약속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겠지만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내 맘이 놓여
우리 가끔씩 오래 보자
우리 가끔씩 오래 보자
우리 술 잔을 비워
무거운 마음을 비워
하얀 도시의 밤 차가운데
너와 나의 삶 한가운데
빛이 흐르고 있어
잘지내? 난 그럭저럭 산다
바쁘게 정신 없이 아둥바둥 거리며 산다
같은 공간에서 꿈을 꾸던 우리가
이젠 살기 바빠 이렇게 일년에 한 두 번씩 본다
함께 낭비하던 학창시절의 시간들을 안주 삼아
곱씹는 빛 바랜 낭만 밖엔 없지만
이 순간 덕에 다시 겨울에 반팔 입는
소년이라도 된 듯 난 호기로워지네
덧없어 어른이란 가면
의식 있는 척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공이란 대어를 낚기 위한 피곤한 고패질
사실 제일 멀미 나는 건 군중 안에 소외지
소속감 그건 최고급의 위안
소주 몇 잔 덕분에 따뜻해진 위 안
함께 취해 비틀거리는 이 시간이
외줄 타는 내인생의 균형을 잡는 절묘한 순간
약간의 소주에 맥주를 말아 한 잔씩 돌리며
다들 졸리면서도 내일을 잊고 무리하고 싶은 밤
산만하게 화두를 돌리며 애들처럼 서로를 놀리며
목소리 톤을 한껏 올리면서 우린 취기에 업 돼
서로가 살아가는 이야길 업데이트
없대 재미가 매일 똑같애
우린 그 말을 반복하면서도 변화는 겁내
치열해.. 일과의 전쟁 성취라는
단물을 빨기 위해 계속되는 경쟁
남보다 더 앞서야만 안심돼
그래서 우린 끝없이 자기 스스로를 착취해
이토록 고달픈 삶이래도 벗어나려 해 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래도 어두운 밤이래도
함께라는 게 등불처럼 내 맘을 밝혀줘
친구야 오래 같이해줘
오늘밤 눈을 감았을 땐 꿈도 꾸지 않는 숙면
내일부턴 우리 잠에서 깬 순간부터 꿈꿔
민물에서 놀던 철없던 우리가
바다가 깊은지도 모른 채 휩쓸려왔잖아
꿈꾸는 게 비정상이 된 현실 뒤에서
우린 왜 다칠 걸 알면서도 또 넘어졌을까
버텨보자 우리 잔 채우고
농담은 실없지만 맘에 난 구멍이 꼬매져서 고마운 밤
차가운 시멘트위로 걷는 발걸음에 담아갈게 용기와 위로
전화기 배터리처럼 점점 빨리 방전돼
내 체력이 더 빨리 다가와 또 새로운 사계절이
모든 게 변하는데 나만 멈춘 것 같은
일종의 매너리즘에 더 자주 취해 중독된 듯
깨는 건 두렵고 괴롭지
내 삶에 단골인 한계는 매일 새롭지
그래도 내 인생에 네러티브 찾아줘
니 존재는 우연뿐인 내 삶 속에 운명이 돼 날 알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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