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 기다린 만큼, 더 _검정치마

검정치마 ☆ 기다린 만큼, 더 _검정치마

그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또 이별을 앓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플 정도로 누군가를 또 사랑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지못해 살아갑니다.
아침이면 뜨기 싫은 두 눈을 어쩔수 없이 뜨게 되고
지칠 대로 지쳐 억지로 식탁 앞에 앉습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편안한 일상 얘기, 밀려있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치고 집에 돌아옵니다.
달라진 건 없는데 내가 만나고 지나치는 수많은 일상중에서
단 한사람이 없다는 것 하나만 달라졌는데,
난 모든 것이 흔들립니다.

또 이렇게 아프게 되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늘 사랑보다 빠른 이별은 머리보다 더딘 가슴은
날 이렇게 흔들어 놓습니다.
그래도 난 살아갑니다. 죽을 만큼 아프지만 그래도 살아갑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두 귀를 막아보고 두 눈을 감아보고 아무리 애써 봐도
어디선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내 어리석은 가슴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그리움은 끝이 없습니다.
어디서부턴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디선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녀가 그립습니다.
며칠만 못 봐도 날 죽도록 보고 싶어 하던,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 함께 좋아했던 노래를 불러주던,
외로움이 많아서 잠시만 연락이 안돼도 많이 토라지던,
내 어설픈 젓가락질을 나무라던, 지금처럼
차갑고 무서운 그녀가 아니라, 나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던,
착하고 얌전한 그녀가 그립습니다.

얌전히 조용하게 기다려본단 말도 마음속으로만 약속합니다.
철부지 시절 그때보다는 이별을 조금은 더 잘 알기에
시간이 지나도 거짓말이 되지 않도록 마음속으로만 되뇌입니다.
언젠가는 변할 거란 걸 알기에 조금 서둘러 달라는 부탁도
혼잣말입니다.

아주 힘든 길을 걷고 있습니다.
멀어지기 싫은 마음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는 아닐 겁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미 걸어갔던 곳이기에,
그래서 이 곳이 길이 된 것이기에, 차분히 걸어가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기다린 만큼, 더 (검정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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