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상혁이란 이름이 생긴 오늘
병원에서 집까지 너를 데리고 오는 오후 내내 미소가 묻어있는 내 입가
오늘부터는 곤히 자다가도 매일 밤 너가 우는 소리에 깨곤 하겠지
전부 ‘상혁이 엄마’라고 부르겠지, 내 이름 대신
이 모든게 행복으로 다가온 내 삶의 씨
오늘부터 하루에 한번씩 너에 대한 일기를 쓸게
처음으로 벽에 기대어 일어설 때
너의 힘으로 뭔가를 이뤘을 때
벽에 부딪혀 자신감을 잃었을 때
이 모두를 기록해 놓으려 해
먼 훗날에 누군가와 결혼해서 너의 아이를 가지기 전엔 절대로 모를 것들
이 기적에 가까운 순간들을
Mama- 영원히 내곁에 있어요, 언제까지나
하지 못하던 그 한마디, 이제야 해요
Always I Love you
1990년, 너가 일곱살 때
건반 위에서 춤추는 작은 손가락
그 손의 주인을 엄마는 막을 수 없나 봐
처음으로 등록한 학원이 공부가 아닌 피아노를 가르친다니, 그 누가 아니?
우리 가족을 넘어서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물해줄지
그 선물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들이 많아질때마다 너도 즐겁길 바라
가끔씩 생각나. 처음으로 너가 모짜르트의 미소를 보여줬을 때 그 짜릿했던 기억
너의 미래가 엄마는 너무 궁금해
많은 걸 담길 바랄게, 너의 그 큰 눈에
1999년, 중3 어느 날
니가 입고 다니는 바지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 커질수록 떨어지던 성적
랩을 하고 싶다고 고백하던 저녁, 우리가 가족을 무겁게 짓누르던 정적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너희 아빠를 봐. 어쩜 이렇게 서로의 꿈이 다를까?
방 한 구석을 채워가는 CD와 Tape들, 너에게 어떤 날들이 기다릴까?
처음보는 미소를 짓고 있네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널 보면서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네
아들이기에 드는 걱정은 담아둘게, 내 마음 속에
2005년, 첫 포상휴가
이제 짧은 머리는 익숙하다면서 웃어보이는 너
기특하다, 녀석
유독 잔병치례가 많은 너이기에 고생할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리네
부대 안에서 열린 장기자랑 때, 랩을 해서 3박 4일 휴가를 받았다는 게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아지게 해. 물론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네
휴가 내내 음악만 듣고 있는 너에게서 89년의 꼬마가 보이는 걸
부정하고 싶어도 그게 잘 안 돼. 그저 엄만 너가 행복하길 바랄게
2009년, 드디어 첫 앨범
“피노다인이라고 읽어야 돼”
그렇게 말하면서 내미는 CD안엔 낯익을 목소리가 부르는 낯선 노래.
혼자서 어색하게 몸을 맡겨보네
앨범이 잘 되길 기다리면서 몇달간 불면증에 시달리던 너
곤히 잠들 오늘 밤, 시간은 벌써 12시. 그제서야 실감이 났어
내가 바라던 너의 모습이 아니더라고 너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암마는 너무 행복해. 너가 계속 웃을 수 있게 노력해볼게
그리고 오늘
처음 와 본 홍대는 어찌나 넓던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몇번씩 물어서 찾아 간 그 공연장
그 안에선 몰래 찾아 본 동영상 속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지
땀으로 젖은 너가 몇번째인지 모를 노래를 부르면서 뛰고 있어
엄마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어
실수없이 끝낸 너를 향해서 모두가 소리 지르고
엄만 애써 울음을 참으며 밖으로 나왔어
몇번이나 “상혁아, 엄마 왔어!”라고 외치고 싶었는지
너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어떤 기쁨을 줄지
그 순간을 위해서 두 손 모을게. 너의 미소를 영원히 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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