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까만 밤 태우다만 담배를 비벼 끄고
이 도시의 밤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머리 속에 서서히 떠오르는 것들을 모아서 시를 썼어.
아주 가끔 날 괴롭히는 건 다 끝난 일들에 사로잡히는 것.
기억 속엔 아픔만이 남은 많은 날들과
꿈만 같던 행복한 날들.
자꾸만 머물러봤자
결국엔 착잡한 기분만 남게 된다는 걸 알지만,
갑작스럽게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
난 숨어드는 법조차도 모르는 걸.
아무도 모르는 곳에 나 홀로 던져진 이 기분.
멈춰진 시간 속 건져지기만 기다리다가 지쳐가고 있어.
멀리서 나를 향해 날아드는 새하얀 저 미소…
2. 사랑이란 이름의 뻔한 덫은 누구나 한 번 쯤은 걸려든다지.
끝난 건 줄 알았다가도 눈을 감으면 어둠이 나를 가둬.
몸을 가누려 해봐도 슬픔이 다시 날 에워싼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인 척 해봐도
밤이면 난 이런 외로움들과 싸운다.
아침이면 멀쩡한 척 이 세상과 다시 인사할 테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만 아파해야겠지.
기억의 한 페이지 가슴 속에 남는 것조차
나에겐 벅찬 두려움인가.
어둠을 쫓아 내 위로 드리워진 그리움.
흐려진 그 이름.
밤이 오면 괜히 나 혼자 슬픔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본다.
거기 있을 것만 같은 널 불러본다.
3. 밤이 되면서 맞이한 어둠은
나 마지막 죽는 그 날 까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으리라 말하지만,
결국엔 아침 앞에 나만 남겨두고 사라지겠지.
내게 세상의 사랑을 얘기마라.
차라리 백지 위의 침묵들이 사랑이겠지.
이 아픔들 뒤에도 난 살아있겠지.
아마 이 벤치 위의 기억들도 남아있겠지.
세상은 나에게 흔한 행복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그걸 쫓아 예까지 왔다.
현실의 안타까움 따위는 잊고 살았다.
끝이 없는 그리움이 그 대가인가.
끊지 못한 그 기억 속 그대가 있다.
난 지금 이 길 끝에서 환호성 대신에 한숨만 내쉬네.
아쉬움의 한숨만 내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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