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을 만난 건 지하철 2호선 까치산역 열차 플랫폼
검은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 가슴팍엔 명찰을 달고서
아주 유창하게 한국말을 건네는
케빈의 미소는 홀리하기 짝이 없었네
케빈은 내 인생의 의미가 뭐냐 했지
케빈은 예수님 안에서 살자고 했지
아주 멀리 유타주에서 한국에 왔다며
성경을 함께 읽어보자고 했지
Oh, Kevin. No, Kevin.
케빈의 얘기가 끝났을 때 난 좀 다른 얘기를 시작했지
내가 누구나한테 이런 얘길 하는 게 아님을 강조했지
제발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봐요
이렇게 우리가 만난 것도 우주의 이치일 거야
케빈은 참 얼굴에 덕이 많게 생겼어
케빈은 참 그런 얘길 많이 들었겠어
혹시라도 도에 관심이 있지는 않냐고
제사를 함께 드려보자고 했지
케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No, Kevin. Please, Kevin. Don’t go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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