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 소녀

언젠가 눈이 없던 늦겨울에 내가 만났던
몹시도 추위를 타던 소녀
자그만 실장갑에 웃음지며
입김을 불던 그 소녀
쓰라린 찬바람에 얼어붙은 거리를 걸으며
귀에 익은듯한 멜로디로 휘파람 불던
허름한 가로수가 떨고 있는 도시를 보며
넌 문득 바다를 얘기했지
밤새워 찾아헤멘 아득한 곳
출렁거리는 바닷가
발끊긴 새벽바다 비린 바람에 기대고 앉아
짙은 보랏빛 수평선에 끝없는 사랑을 갖고 싶다던

소녀여 너의 아름다운 꿈을 보아요
그대가 보았던 새벽바다 수평선 같은
소녀여 너의 아름다운 꿈을 보아요
그대가 보았던 구름사이 무지개꿈을

힘없는 겨울해가 애써 만든 하루를 보내며
지나온 수많은 얘길 했지
겹두른 목도리에 눈물지며
쓴웃음 짓던 그 소녀
우울한 빈 하늘에 얼어붙은 십자가를 보며
지난 우리들의 아픔들을 기도 하자던
사릇한 눈송이가 온 세상을 지워버린 밤
난 네게 사랑을 얘기했지
눌쳐진 내 어깨를 소리없이
감싸와 주던 하얀눈
발끊긴 새벽겨울 찬 공기에 기대고 서서
푸른듯 휘뿌연 온 세상에 우리의 사랑을 함께하고픈

소녀여 너의 아름다운 꿈을 보아요
그대가 보았던 새벽바다 수평선 같은
소녀여 너의 아름다운 꿈을 보아요
우리가 보았던 구름사이 무지개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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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여
어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