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우산 없는 그대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요
우린 손을 잡고
이 작은 수조
속에서
서로의
차가움에
기대
조금씩
잠겨가요
그저 난
괜시리 깊게
잠든 그대가
깨어나
떠날 것만
같은
걱정을
하게 되요
분명 눈을 뜨면
내 옆에
그대는
없을 거야
이 비가
그치면
더이상 흘릴
나조차
없을 거야
그냥 여기에
있어줘
깨어나지 말고
차라리
이대로
죽어줘
비참하게
떨고 있는
내 숱한
침묵들을
모두 쏟아
내버릴
수 있게
이미
딱딱하게
굳어진 내게
찬 비를
내려줘요
멈춰버릴 것 같은
이 계절을
계속
흘러가게
해줘요
그냥
여기에
있어줘
깨어나지 말고
차라리
이대로 죽어줘
비참하게
떨고 있는
내 숱한
침묵들을
모두 쏟아
내버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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