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서 보면 이리도 많은데 내 친구의 집은 왜 없나요?
우리 모두가 의식주는 만인의 기본 권리라고 다들 배웠잖아요.
쑥쑥 자라나는 저 키 큰 건물들은 누구를 위해서 세워지나요?
내가 말한 친구가 당신의 친구라도 당신은 정말 괜찮나요?
내 친구는 자주 울어요.
이번엔 어디로 이사가냐고 물어도 아버지의 입은 무겁대요.
분위기만큼이나.. 나까지 무섭네요.
내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걸까요?
집값이란 게 왜 자꾸 오르는 건가요?
쉴 곳을 찾으려 쉬지 못하는 친구의 굽은 등을 다들 왜 못보는 척하죠?
어디 있나요? 내 친구의 집은.
어린 마음에 외치고 외쳐도
돌아오는 건 메아리 뿐야. 친구의 마음을 그저 헤아릴 뿐야.
어디 있나요? 내 친구의 집은.
어린 마음에 외치고 외쳐도 돌아오는 건 메아리 뿐이야.
돌아오는 건..
글씨 하나 없는 역사책을 읽었어요. 아주 오래 전 가난한 소년이 있었어요.
그 소년의 꿈은 서울에 올라와서 성공을 거머 쥔 채로 돌아가
고향 한켠에 부모님 이름 앞으로 된 집을 짓고 사랑하는 그녀를 닮은 아기를 낳고
그저 남들과 같은 하루하루를 스케치 하듯 사는 아름다움을 누리는 거였죠.
그게 뭐가 어렵죠?
소년이 어른이 되어도 그 꿈은 멀었죠. 서울의 건물은 조금씩 자라났고,
집세라는 새는 하늘로 날아갔죠. 이제 5층 아파트는 몽당연필 같아요.
같은 아파트라도 어떤 애랑은 달라요.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를 타는
내 친구의 별명은 임대아파트라죠..
빽빽한 건물 숲에서 마음 둘 곳 없어. 아무 죄책감 없이 사는 사람들의 변명.
마누라나 자식 핑계를 대는데 누군 가족이 없나? 아니, 대체 왜 그래?
가끔 지하도를 걷다가 발견하는 신문지 덮은 아저씨.
이게 발전하는 세계 속은 서울인가? 도저히 알 수 없네.
저 사람들 맘 편히 뻗고 잘 수 없네. 다행인거지, 난 월 75 낼 수 있으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지지고 볶는 삶이라고 축복 받은거야, 너무 감사해.
오지랖이 넓어서 불평등함에 맘 상해.
Xi, Lotte Castle, I Park.
이 편한 세상에 우리 보금자리가 왜 모자란걸까, 누구 탓인가?
그냥 물어보는 거야. 궁금하니까.
왜 이런 짐을 짊어지는지. 누구를 위해 집을 짓는지.
집 한 구석에 남겨 둔 추억들을 치우던 친구의 발걸음은
너무 무거워, 내 마음보다 더.
이삿짐 나르기를 반복하던 친구가 흘린 그 눈물의 의미.
전부 알 순 없지만 우리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난 잘 알아요.
친구의 입에 미소가 자라나길 바라면서 밤 깊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그 분을 향해 모으는 손.
비단 친구뿐이 아닌 누구던가 기본적인 행복에 대한 추구권은 지켜져야만 해요.
우리가 지켜줘야해요. 친구의 이사가 이번달이 마지막이길 바라며
내 기도를 하늘에 매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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