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弼 ☆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
바람이 분다
김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