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지리도 못살았지 나 어릴 적엔
비가 내리면 비가 셌네 장마철엔
흙으로 지어진 우리 집이 쉽게 무너질까봐
기와지붕에 올라가 매년 했던 보수공사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한결 낫다는 어머니의 말처럼
조금은 비좁은 앞마당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던
나는 진짜 골목대장
정말 탈 많았던 그때를 회상하면 가슴이 아파
어느 날 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일을 하며 방과 후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친구들이 날 찾아와 대뜸 내게 물어봐
넌 어째서 함께 놀지 않고 일만하냐고
난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길에서 엉엉 울다
다음날 등교길에 그놈을 찾아 흠씬 두들겨 팼다
형편이 어려워 일을 도와야 하는걸 알면서도
평범하지 못한 가족사를 비관했던 나
그이후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친구들이 집에 오는 것도 꺼려했던 내가
감추려한 건 그때까지도 우리 집은
애들이 욕하는 지저분한 푸세식 화장실이었거든
가진 자는 절대로 몰라 쉽게 말하지 마라
가질 수 없는 것만이 보이는 지긋지긋한 가난은
어느 전과 죄수자의 주민등록증에 그어진
빨간 줄처럼 따라다니는 꼬리표 같으니까
가난해도 하나뿐인 나의 부모님
말 안 듣는 이아들을 그래도 사랑했는지
내가 늦잠을 자 지각이라도 할 때면
짐바리 자전거로 학교까지 날 데려다 주셨지
그래, 가난해도 하나뿐인 나의 부모님
말 안 듣는 이아들을 그래도 사랑했는지
내가 늦잠을 자 지각이라도 할 때면
짐바리 자전거로 학교까지 날 데려다 주셨지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친 어느 날
그리 완벽하진 않았어도 정든 집을 떠나
어머니의 소원이라던 아파트로 이사
그날 밤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친 나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욕실에서
이를 닦고 샤워를 하며 느끼는 삶의 평화
어느새 어머니가 준비한 가족을 위한 만찬
근데 웬일인지 늦어지는 아버지의 귀가
해가 미녁미녁지던 저녁 저 멀리서
들려오는 술 취해 흥얼거리는 아버지의 콧노래
한손에 봉다릴 들고 큰아들을 부르네
깊게 패인 주름살사이로 나에게 미소를 보내
이 세상에 진 빚이 없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행복의 척도는 돈이 아니라 소박함이라 말하는
엘리트 농사꾼의 철학을 한없이 배워왔던
이아들은 지금까지도 그리 살려 합니다
가난해도 하나뿐인 나의 부모님
말 안 듣는 이아들을 그래도 사랑했는지
내가 늦잠을 자 지각이라도 할 때면
짐바리 자전거로 학교까지 날 데려다 주셨지
그래, 가난해도 하나뿐인 나의 부모님
말 안 듣는 이아들을 그래도 사랑했는지
내가 늦잠을 자 지각이라도 할 때면
짐바리 자전거로 학교까지 날 데려다 주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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