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
방송일: 20050130
AOD :
라디오 독서실
김수정의 희곡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
원작 김수정
극본 선욱현
연출 승원세
진행 김갑수
등장인물
해설 / 이주연
남자1 대형 식당 설거지 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내에게는 은행원이라고 속여서
결혼을 했다. 허영과 허세가 강하다. / 윤세웅
남자2 남자1과 함께 근무하는 친구. 밤무대 여가수와 열애중이며,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일터인 설거지 실로 초청하여 청혼하려 한다. / 이규석
여자 밤무대 여가수이면서 남편에게는 대학교수라고 속여서 결혼했다. 그리고 남편
몰래 정부를 두고 있다. / 서지연
지배인 / 곽윤상
남손님 / 손정성
여손님 / 이은정
꽃배달 / 최창석
음악 시그널
타이틀 라디오 독서실, 이 시간 진행에 김갑수 문화 평론가입니다.
진행 안녕하십니까. 이번 겨울엔 참 눈 구경하기 힘듭니다. 서울만 해도 기록적이다고
하더군요. 1월이 넘어가도록 적설량이 제로였습니다. 1월 중순이 되어서야 눈이
온 것 같은데요, 그래도 겨울은 함박눈이 펑펑 내려야 제 맛이지 않습니까? 어른
이든 아이든 눈이 오면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 한 번 우러르게 만드니까요. 하긴
차 가지신 분이나 운수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눈이 싫을 수도 있습니다. 빙판길에
서의 아찔했던 기억들이 다 있으실텐데요, 그렇긴 하지만 함박눈 한 번 펑펑 내리
지 않는 겨울은 조금 삭막한 듯 싶습니다. 자, 라디오 독서실 신춘문예 특집을
계속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순서는 <희곡>입니다. 쉽지 않은 장르에 도전
하여, 당당히 등단 절차를 마친 젊은 여성 작가를 만나보시겠습니다. 잠시 후에
만나보시구요, 먼저 이번 주 신간 서적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음악 UP – DOWN
진행 (신간 서적 소개… 마치고 나면)
라디오 독서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할 작품은,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김수정의 희곡,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입니다.
제목은 조금 무서운 듯 하지만, 이 극은 코미디입니다. 두 남자와 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인간의 위선과 가면을 아주 재미나게 풍자해 주고 있습니다.
먼저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작가 소개 – 희곡작가 김수정
1980년 부산출생.
2005년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예정)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
* 작품 소개 및 줄거리
대형 식당 설거지 실에서 근무하는 남자1 과 2. 남자1은 교수 부인을 아내로 두고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은 은행원이라고 속여서 결혼한 처지이다. 은행원인 양 양복을 빼입고 출근하지만 식당 설거지 일을 하고 있으며 은행원 월급을 맞추기 위해, 저녁엔 건물 청소일까지 하고 있다. 그는 결혼을 통해 신세 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자2는 밤무대 가수와 열애중이며 오늘 식당 설거지 실로 그녀를 초청하여 청혼을 할거라고 한다. 남자1은 그런 남자2를 비웃는다. 밤무대 가수라는 직업도 웃기지만 이런 냄새나는 곳에서 청혼을 하려고 하다니, 비웃는다. 하지만 남자2는 그녀는 자신의 이런 직업을 무시하지 않으며 그녀 또한 이곳에 와보고 싶어한다며 떳떳해한다. 하지만 그 식당 설거지실에 나타난 그녀를 보고 남자1은 경악하는데….
* 대담
1. 안녕하십니까? 이제 막 신춘문예를 통해 당당히 등단하셨습니다. 현재 문창과 졸업반
이신데요, 시나 소설을 대부분 지망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희곡을 택하셨습니다.
희곡은 특히나 어려운 장르로 알려져 있는데요, 당선 소감과 함께 특별히 희곡을
선택한 마음도 듣고 싶습니다.
2. 주로 어디서 글의 영감이나 소재를 얻으시는 편입니까? 그리고 희곡을 쓰시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진행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입니다.
음악 오프닝
효과 그릇들 물에 담그는 소리. 쏟아지는 물 소리. 그릇 닦는 소리.
해설 무대는 규모가 큰 식당의 설거지 실이다. 무대 왼편은 홀과 연결 되어 있어
빈 그릇이 선반을 통해 들어온다. 오른편은 상가의 창고와 복도로 연결된다.
싱크대는 나란히 있는데 남자1과 남자2가 관객을 보며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싱크대 옆으로 건조대가 있고, 건조대 위에는 향수병 두 개가 놓여 있다. 건조대
옆으로 벽에 고급스러운 정장 한 벌이 걸려 있다.
효과 그릇 씻는 소리 더욱 커지고, 남자1의 설거지하는 바쁜 호흡.
바깥 식당 홀의 소란한 소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해설 무대 위에선 남자1이 홀로 밀려들어오는 빈 그릇을 싱크대에 밀어 넣으며
중얼대고 있다.
남자1 젠장, 그만 먹어 치우란 말이야. 당장 그만 두지 않으면 오줌통에 이것들을 모두
담가 버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효과 가득 밀려온 그릇들을 요란하게 싱크대 안으로 넣는 소리.
여손님 (바깥 홀 쪽에서) 아니, 설거지를 하는 거에요? 아님 뭘 때려 부수는거에요?
남손님 (바깥 홀 쪽에서) 이렇게 먹어가지고 소화가 제대로 되겠어?
지배인 (바깥 홀 쪽에서) 손님, 죄송합니다. (설거지실 안을 향해) 이봐! 거 조용 조용
씻을 수 없어? 손님들이 뭐라 그러시잖아.
남자1 (혼자 소리) 조용 조용? 나도 네놈들 입을 다물게 했으면 좋겠어. (물을 잠근다)
날 더러 어쩌라고. 그럼 일을 하지 말란 거야? 그런데 이 자식은 일하다 말고
또 어딜 간 거야?
해설 잔뜩 입이 나온 남자는 그릇들이 들어오는 선반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동료인
남자2를 찾는다.
남자2 (바깥 홀 쪽에서) 지배인님 그럼 허락하신 겁니다. 헤헤헤. (웃는다)
지배인 (바깥 홀 쪽에서) 알았어. 들어가서 일 봐.
남자1 어? 저 녀석, 저기 나가서 뭘 하는 거야. 이봐! 어서 들어와!
남자2 어어- 알았어! (다시 지배인 쪽으로) 감사합니다. 헤헤헤.
남자1 바보 같은 놈. 또 실없이 웃고 있어. 세상에 웃을 일이 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
웃을 일이 대체 뭐야? 가만, 날 비웃는거야?
효과 설거지실의 문이 열리며 남자2 들어온다.
남자2 (역시 웃으며) 자리를 오래 비워서 미안해. 지배인이랑 할 얘기가 있었거든.
어디 보자! (물을 틀고 그릇을 씻기 시작한다)
남자1 그만 웃어. 네 주둥이에 이걸 모조리 쳐 박기 전에. 보너스를 준다던지 봉급을
올린다던지 그런 게 아니라면 그만! 그만! 웃는 얼굴을 보면 날 비웃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
남자2 지금은 보너스 줄 시기도 아니고 봉급은 저번 달에 올렸잖아. 어서 일이나 끝내자구.
많이 밀렸네.
남자1 으휴- (한숨. 그리고 자신도 물을 틀고 일을 시작한다)
남자2 널 비웃는 게 아냐. 내가 기분이 너무 좋은 거야. (휘파람을 분다)
남자1 미치겠군. 대체 오늘 하루 종일 자리를 비우고 멍청하게 웃는 이유가 뭐야.
남자2 빨리도 묻네. 지배인이 오늘 여길 빌려 준대.
남자1 빌려줘? 식당을?
남자2 아니, 이 설거지 실을 오늘 밤에 빌려 준대. 혹시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하루 종일
손에 일이 안 잡혔어.
남자1 오늘 밤에 여기서 뭘 하려는 거야. 밤새도록 설거지라도 하려는 거야.
남자2 청혼!
남자1 (물을 잠그고는) 난 결혼했다.
효과 역시 남자2도 물을 잠그는 소리. 그리고 남자2의 휘파람.
해설 남자2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 지, 휘파람까지 불며 헹궈 낸 그릇들을 건조대에
쌓는다. 아예 손을 휘휘 저으며 율동까지 곁들인다.
남자2 (휘파람 불며 그릇들을 쌓는다)
남자1 어어?
해설 그런데 그만, 남자2는 손을 젓다가 건조대 위에 놓여있던 향수병 하나를 떨어 뜨려
깨뜨리고 만다.
효과 향수병 떨어져 깨지는 소리.
남자2 어?
남자1 으악! (울먹이는 목소리) 내 향수! 아쿠아 드지오 옴므! 오늘 이걸 뿌리는 날이야.
남자2 미안해. (냄새를 맡아보며) 지독하군.
남자1 (정색을 하며) 뭐야?
남자2 아니, 미안해.
남자1 이게 어떤 건지 알아? 판테델리아 섬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그야말로 시 같은
향수야. 비싸서 사지도 못하고 벼르고 벼르다 산지 일 주일 됐어. 고작 일주일.
남자2 그렇게 위태롭게 놓여 있는 줄 몰랐네.
남자1 항상 놓여 있던 자리에 어제처럼 놓여 있었어.
남자2 기분이 좋아서 신경을 못썼나봐.
남자1 허. 네가 기분이 좋은데 왜 내 향수를 깨는 거야. 그것도 제일 비싼걸…
효과 선반 위로 빈 그릇들 밀려드는 소리.
지배인 뭐하는거야? 일 안 해?
남자1 (작은 소리로) 내가 지금 일 하게 생겼어?
남자2 내일 똑같은 걸로 사줄게. 오늘은 다른 걸 뿌려.
남자1 아까도 말했지만 이 걸 뿌리는 날은 오늘이야. 우리 마누라가 연구실에서 늦게
오는 날 이걸 뿌려줘야 좋아해.
남자2 억지 부리지마. 난 오늘 청혼해야 할 사람이야. 그 따위 향수 사러 갈 시간 없어.
지배인 (홀에서) 빈 그릇 치워!
남자2 네. (그릇들을 개수대에 넣는다) 그런 식으로 억지 부린다고 산산 조각 난 향수병이
어떻게 된다던? 이 지독한 냄새가 뭐가 좋다는 거야.
남자1 억지라니. 박살 낸 게 누군데. 네가 향기가 뭔지 알기나 한 놈이니. 여기서 나가면
네 놈 몸에서 시궁창 냄새나는 건 알기나 해? 그 꼴로 청혼을 한다고?
남자2 차라리 시궁창 냄새가 나아. 시라고는 한 줄도 모르는 놈이 시적인 향수를 뿌리면
뭐가 달라진대.
남자1 흥! 이 양복을 봐! 이 양복에 향수 몇 방울이면 그게 바로 시야. 여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지. 그게 시가 아니고 뭐야.
남자2 (물을 다시 틀며) 그만 떠들고 와서 일해.
남자1 못해. 너 혼자 해.
남자2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래 너는 시고 난 시궁창이다. 됐냐.
남자1 누가 그걸 모르냐. 난 조용히 사라져 줄 테니까. (앞치마를 벗으며) 혼자서 속
편하게 일하셔.
남자2 (버럭 화를 내며) 야! 못 가, 오늘은 안돼!
음악 브릿지
해설 화가 난 남자1, 그는 이 설거지 일 외에도 저녁이면 건물 청소를 다니고 있었다.
남자1의 피곤한 일상을 안쓰럽게 여긴 동료2는 일주일이면 두 번씩 그를 일찍
보내주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를 못 가게 붙잡고 있었다.
남자1 아, 글쎄 왜 오늘은 안된다는거냐구?
남자2 아까 말했잖아. 오늘은 내가 청혼 하는 날이야.
남자1 그래, 해! 난 결혼했다니까.
남자2 (웃음) 자꾸 그러면 그동안 일찍 보내주기로 한 약속, 이제부터 취소다.
남자1 (역시 웃으며) 그럼 안 되지. (다시 앞치마 매는 소리) 그러니까, 여기서 오늘밤에
네가 청혼을 한단 말이지?
남자2 그래 여기서. 그러니까, 여길 빨리 치워야 해. 설거지만 도와주고 가. 뒷정리는
내가 할테니. (다시 물을 틀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남자1 여기서 청혼 하겠다는 거 진심이야?
남자2 그렇다니까.
남자1 다시 잘 생각 해봐. 넌 좀 멍청하니까. 착각했을 지도 몰라.
남자2 (또박또박 큰소리) 여.기.서. 청.혼.할.거.야.
남자1 이 시궁창에서? 누구한테? 설마 쥐새끼는 아니지? 밤까지 여기에 남아있는 건
쥐새끼들뿐이잖아.
해설 남자2는 설거지에 열중하고 남자1은 아무래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자꾸 바라본다. 그러다가 문득, 건조대에 남아있던 멀쩡한 향수병을 앞치마에
챙겨 넣는다.
남자1 그 여자야?
남자2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남자1 난 네가 걱정 되서 그래.
남자2 네 부인이 얼마나 잘났는지 몰라도 어떤 식으로든 비교하려고 하지 마.
남자1 우리 마누라야 잘났지. 그래서 내가 이 죽을 고생을 사서 하잖아.
남자2 대학 교수가 뭐가 그렇게 잘났냐.
남자1 밤무대서 노래 부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지.
남자2 (그릇을 던지며) 차원이 다르긴 뭐가 달라. 네 부인이야말로 노래라고는 부를
줄도 모르는 여자지. (사이) 그런데 진짜로 지금껏 노래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냐.
남자1 단 한 번도. 맨날 책이랑 씨름한다. 우리 집에 노래 소리라고는 시계 알람 밖에 없어.
(시계 알람 소리 흉내)
남자2 둘이 있으면 무슨 얘기해?
남자1 별로 할 얘기가 없어. 피곤해서 얘기 할 시간도 없고. 그 사람도 연구실에서 늦는
날이 많아. 뭘 하는지 몰라도. 책 보겠지. (사이) 집에서 나는 손에 물도 안 묻혀.
우리 마누라는 남자가 주방에 가면 큰 일 나는 줄 알아. 그런데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알아 봐라, 기절하지.
남자2 그럼 둘이 있으면 뭐해?
남자1 그 여자가 언제 내 정체를 알아차릴까 항상 눈치 보지. 내가 아침 마다 넥타이
매고 나가서는 큰 책상에 앉아 있다고 믿고 있는데. 그래서 결혼 했는데 이 꼴을
보면. 날 감방에 쳐 넣겠지.
남자2 언제 까지 음식 쓰레기 냄새 없애려고 향수로 목욕 할래. 금융업 종사자 봉급
맞추느라 야간 일까지 할거냐구. 내가 위태위태해서 못 봐 주겠다.
남자1 야, 아무리 그래도 난 교수랑 살지, 밤무대 서는 여자랑은 못 살아.
남자2 새끼야. 한 번만 더 그 따위로 말하면 입 돌아간다.
남자1 (애교) 아잉! 또 왜 그러시까! 그런데 아무래도 정말 궁금하다. 그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여길 오냐. 이 시궁창에.
남자2 (행복하게) 내가 일하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대. 내가 설거지 하는 모습도
아름다울 거래.
남자1 쳇, 여자는 변해. 막상 결혼한다고 생각해 봐. 우선 네 직업을 다시 따져 볼 거야.
아무리 노래 부르는 여자라도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꿈은 꾸거든. 아니 더 심할
지도 모르지. 생각이 많아져. 그럼 게임 오버야.
남자2 나 오늘 청혼 하는 날이다. 재수 없게 지껄이지 마. (물을 잠근다. 손을 앞치마에
닦는다)
남자1 또 어디 가려구?
남자2 꽃 배달시키는 걸 깜박했다. 내 정신 좀 봐. 그녀는 연두 빛 국화를 받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게 꿈이랬어.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
효과 남자2, 홀쪽으로 나간다. 문 여닫히는 소리.
남자1 (혼잣말) 연두빛 국화가 어쩌고 어째? 우리 마누라는 꽃에 글씨 파 놓으면 그거
읽고 있을 거다.
효과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비우고, 쓰레기통에 있던 비닐을 꺼내 묶는 소리.
남자1 으휴- 이놈의 음식물 쓰레기 냄새! 인생아, 내가 여기서 음식 쓰레기랑 하루 종일
같이 썩고 있는 걸 알았으면 우리 마누라가 나랑 결혼을 했겠냐. 다 그런 거야.
결혼이 뭐냐? 꼬부랑 인생에 다림질 하는 거 아니야? 지금은 그렇다 치고 늙어서
돈 없어 봐라. 어이구! 난 대학교수 마누라가 늙으면 먹여 살리겠지. 사는 게
그렇다니까. (쌓인 그릇을 다시 설거지통에 밀어 빠뜨리며) 정말이지, 이렇게
똥 눈 놈 뒤 닦아주는 일은 사양하고 싶다.
음악 브릿지
효과 문 여닫는 소리. 남자2 들어온다.
남자2 (흥분된 목소리로) 오늘 내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메뉴가 뭔 줄 알아?
남자1 메뉴?
남자2 그녀를 위해서. 내가 갈고 닦은 솜씨를 보여 주겠다 이거지.
남자1 그래서 하루 종일 주방에 왔다 갔다 한거야?
남자2 그렇지. 오늘 메뉴는 고추된장피쉬요리. 넌 다음에 먹어 봐라. 그녀가 먼저 먹어야
순서가 맞지 않겠냐.
남자1 으휴- (한숨) 청혼하는데 고작 된장 구린내, 생선 비린내.
남자2 그녀가 좋아해.
남자1 구제 불능이다. 여자는 분위기야. 그런 걸로는 안돼.
남자2 네 마누라 생각하지 마. 그녀는 내가 해주는 건 뭐든 좋아해.
남자1 오늘 네 심장 내가 가져가도 되냐. 몇 시간 후에 팔딱대다 뛰쳐나갈 놈을 생각
하니 맘이 아프다.
남자2 왜?
남자1 난 결혼도 했어. 너 보다 여자를 잘 알아. 잘 들어. 니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그 여자는, 아마 여기 들어오자마자 일단은 이 썩은 내들 때문에 코를 킁킁거리고
는, (여자 목소리로 흉내내며, 익살) 이게 무슨 냄새야? 아우!
남자2 (크게 웃는다)
남자1 아마 비명을 지를 거야. 그런 다음 네가 하루 종일 준비한 요리를 보고 절망하는
거지. 네 얼굴에 모조리 엎어 버리고는, 니 뺨을 치고, 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심장이 펄쩍펄쩍 뛰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기절하고 말거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남자2 (이제 화가 난 듯) 그만 떠들어라.
남자1 내가 마지막으로 충고하겠는데. 그 꼴은 아니야. 저기 내 양복이라도 걸치고 있는 게
좋을거야. 내가 건물 청소하고 올 때까지 빌려 줄 테니까, 꼭 입고 청혼해. 다녀올게.
효과 문 여닫는 소리. 남자1은 나간다.
남자2 (혼잣말) 그래, 아무래도 깔끔한 양복을 입고 청혼을 하는 게 낫겠지? (양복 갈아
입는 소리) 설마 그녀가 날 못 알아보는 건 아니겠지? (웃는다)
해설 이제 남자2는 오른 편 무대 밖 창고에서 테이블을 끌고 들어 와 식탁보를 덮는다.
의자 두개를 가지고 와서 마주 하게 놓는다. 그리곤 음식을 가져오기 위해 왼편
으로 나간다. 그 사이, 빈 무대로, 무대 오른편에서 여자가 남자를 찾는 듯 두리번
대며 등장한다.
효과 문 여닫는 소리
여자 (냄새를 맡아보며) 이 향수 냄새는… ? (또 맡아본다)
효과 홀쪽에서 들어오는 문 여닫는 소리. 조심스럽게.
해설 남자2는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여자를 발견한다. 여전히 여기 저기 코를 들이
대며 냄새를 맡아보는 여자는 아직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를 행복
하게 바라보던 남자2는 은밀하게.
남자2 이 곳이 마음에 안 든다면….
여자 으악!
남자2 (덩달아) 으악! 나에요, 나! 이런, 친구 놈 말이 맞을 지도 몰라요.
여자 친구요?
남자2 여기서 같이 일하는 놈이 그랬어요. 당신이 비명을 지를 거라고.
여자 미안해요. 양복을 입은 모습은 처음이라서…
남자2 비명을 지를 만큼 어색 할 줄은 몰랐어요. 그 놈이 빌려 준건데.
여자 (웃으며) 아, 여기서 일하는 사람한테서 빌려 입었군요. 하긴… 이런 양복이야
흔하니까….. 그렇겠죠?
남자2 네?
여자 아뇨… 근사해요.
남자2 우리 나갈까요? 난 여기 하루 종일 있다 보니까 냄새가 얼마나 역한지 몰라요.
코가 미친 거죠.
여자 아니요. 여긴 정말 매력적인 곳 이예요. 그릇들은 해변의 모래알처럼 빛나고…
그리고….당신이 있잖아요.
남자2 난 여자를 잘 몰라요. 양복을 빌려 준 친구는 여자를 잘 알죠. 그 놈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여자 (과장되게) 나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이 곳이 좋아요. 당신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계절이 모두 죽어 버린다 해도. 언제나 앙상한 가지만 남아 그림자를 만든다 해도.
(사이) 날..안아줄래요?
남자2 (껴안는 소리) 고마워요. 하지만 아까 당신이 코를 찡그리며 이곳 냄새를 맡고
있을 때는 정말 가슴이 아파서 심장을 도려내고 싶었어요.
여자 아아, 그건 익숙한 냄새가 나서요. 뭔가 익숙한 냄새요.
남자2 주방에서 나는 냄새가 어딜 가나요.
여자 아! 그렇군요.
남자2 당신만 생각하면서 하루 종일 요리를 했어요.
여자 나만 생각했죠? (더욱 깊게 안기는 소리. 호흡)
남자2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난 몰라요. 틈만 나면 주방으로 달려가서 생선을
다듬고 고추를 씻고 마늘을 까고. 한 낮은 어디로 갔죠. 태양이 날 아무리 불러도
몰랐죠. 당신을 쫓느라.
여자 당신을 하루 종일 쫓느라, 난 배가 너무 고파요.
해설 여자는 정말 배가 고픈 지 음식을 먹어보려 하지만 남자2는 여자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남자2 오늘은 무슨 노래를 불렀나요.
여자 (‘빗속을 둘이서’ 허밍)
남자2 그랬군요. 날 위해 부른 게 틀림없죠. 내가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불렀던 노래잖아.
그 날 나는 술에 잔뜩 취해 비에 젖어 길을 걷고 있었죠. 우산을 어디다 내팽개쳤
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오로지 기억나는 건 그 취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당신의 그 노래 소리.
음악 실제로 여자 목소리로, 빗속을 둘이서, 잠시 흐른다. – 브릿지 효과
효과 정말 요란하게 먹어대는 소리. 여자가 먹고 있다. 후르륵 소리, 마시는 소리, 마구
먹어대는 소리.
해설 여자는 정말 배가 고팠는지, 남자가 준비한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있다.
남자2 당신이 먹는 걸 보니 나는 입도 댈 수 없군요.
여자 (어색한 웃음 소리 잠깐 내고는, 다시 먹어대는 소리 – 코믹하게)
남자2 (도마와 칼을 가져와서는 리듬을 타며 칼로 도마를 친다)
여자 어? 뭐하는 거에요?
남자2 난 노래를 못 해요. 당신은 날 위해 노래하는데. 이건 내 노래예요.
효과 칼로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경쾌하고 힘차게.
해설 남자는 아까처럼 율동까지 곁들이며 칼로 도마를 두드리는데, 여자는 눈앞에 칼이
오가자 가슴을 치며 꾸역꾸역 음식을 삼킨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마를
두드린다. 여자는 결국 음식을 먹지 못하고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2 나 신경 쓰지 말아요. 먹으면서 내 노래 들어요. (더 세게 두드린다)
여자 (어색한 웃음 다시 짓고는 꾸역 꾸역 먹다가 결국 쿨럭댄다)
꽃배달 (바깥 쪽에서 문을 두드리며) 배달 왔습니다!
여자 어머! 뭐죠?
남자2 드디어 왔군. 기다려요.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효과 문 여닫고 남자2, 나가는 소리.
해설 남자2는 무대 오른 쪽으로 나간다. 그런데, 그 사이! 왼쪽 무대를 통해 남자1이
뭔가를 중얼대며 들어온다!
남자1 분명히 주머니에 넣은 것 같은데 없네.
해설 남자1은 들어서다 혼자 남아있던 여자와 마주친다. 둘은 넋 나간 듯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동시에 주저 앉아버린다.
여자 여…
남자1 여-보.
여자 당…
남자1 당신이 여기에…
음악 브릿지
여자 여, 여보… 그러니까, 지금….
남자1 당신을 차마 볼 수 없군.
해설 남자1은 고개를 떨군다. 그 사이, 남자2가 꽃을 들고 들어온다.
효과 문 여닫는 소리
해설 여자는 순간 벌떡 일어나 먹다 남은 음식을 남자2에게 엎어버리고 뺨을 후려갈긴다.
남자2는 너무 놀라 기절해버린다. 남자1은 고개를 숙인 채, 남자2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여자 (이제 마음을 좀 추스르고, 태도가 아까와는 다르다) 당신이 왜 그런 꼴로 이 곳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남자1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만난 건…
여자 (차가운 말투와 도도한 자세를 유지하며) 난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당신이 출근
할 때 입었던 양복과 꼭 같은 걸 입은 사람을 봤어요. 좀 떨어진 거리였고 어두워
지고 있던 터라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따라왔죠. 그런데 당신이 아니었어요.
여보.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뭐죠. 화장실 청소나 하면 어울리겠군요. 왜 당신이
그런 꼴로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죠.
남자1 (과장되게 웃으며) 당신이 오해를 할만해요. 여긴 그리고 내 옷은…그러니까 여긴
내 친구의 직장이고 오늘 그 놈이 청혼을 한다기에. 그래서 내가 내 양복을 빌려
줬던 거죠. 당신이 본 건 내 친구가 분명해요.
여자 (청혼이란 말에 혼자서) 아, 청…청혼 하는 날! (남자1에게) 친구가 청혼을 한다고
했단 말이죠? 청혼…..
남자1 그래요. 비록 여자가 당신처럼 멋진 사람은 아니지만, 밤무대에서 노래를 한다는
군요. 그렇고 그런 여자예요. 그런데, 당신 치마가 짧아졌구려. 화장은 짙어지고.
가슴은 위태롭게 드러냈어. 천박해. 길바닥에 뒹구는 쓰레기 같은 여자 같잖아.
여자 네? 흠흠. 그게 말이죠…
남자1 이런 꼴로 어딜 다녀오는 거요. 학생들 앞에서 이걸 입고 강의를 하진 않았겠지.
쇼라도 했소. 무슨 쇼를 했는지 나도 보고 싶구려.
여자 수..수업이.. 수업이 너무 딱딱해서 좀 부드럽게 보이려고 했을 뿐예요. 나란 사람이
워낙 딱딱 하다 보니까 강의가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건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이제부턴 계속 이런 식으로 다닐 텐데. 당신 눈엔 쓰레기로 보이니
어떡하죠.
남자1 오호. 난 책상에 앉아서 돈이나 세고 있으니 그런 지성의 공간이 요즘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길이 없죠. 그런데 여보. 나도 내일부턴 계속 이런 역겨운 옷을
입고 출근 할 생각인데 당신은 날 벌레 취급하니 어쩌죠.
여자 이상하군요. 당신 친구 말로는. 옷을 빌려 준 사람은 이 곳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했는데.
남자1 그 녀석은 농담을 잘해요. 그런 시시한 농담을 한다니까. 친구를 찾아서 왜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 지 따져야겠어. 어딜 갔나.
해설 남자1은 설거지실을 돌아보다가 이제야 쓰러져 있는 남자2를 발견한다.
남자1 어? 이 친구! 사람..사람이 죽었어. 내 양복을 빌려 입은 친구가 죽었소.
여자 여보. 죽은 건 아닐 거예요. 잠시 기절을 했다거나. 너무 놀랐다거나 그럴 수
있잖아요.
남자1 (남자2의 뺨을 쳐보고 가슴에 귀를 기울이고) 심장이 굳었어. 몸은 얼음장 같고.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 오늘은 이상한 일들만 일어나는군. 이봐, 친구,
언제부터 여기 이렇게 쓰러져 있었던거야? 그 여자가 네 청혼을 받아주지 않은
거니. 아님 살인이라도 일어난거야?
여자 (놀라며) 살인이라뇨. 그런 일은 없었어요.
남자1 당신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이 많아요.
여자 아녜요, 오늘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남자1 당신 신경이 예민해진 것 같아. 어서 홀에 나가 있어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여자 오오, 정말, 도대체 오늘 이게 무슨 일이야… (나간다)
효과 문 여닫는 소리.
음악 브릿지
해설 혼자 남게 된 남자1은 제법 슬픈 표정으로 쓰러진 남자2를 살핀다.
남자1 이봐, 친구! 이런, 얼굴이 온통 된장 범벅이야. 그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 것 같아. (조금씩 울먹이며) 이렇게 어이없이 네가 죽다니. 그 여자를 내가 봤다
면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야. 양복은 네가 입고 가렴. 그래도 마지막에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게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너 때문에 우리 마누라가 눈치 챌 뻔 한 건
끔찍했어.
남자2 뭐해.
남자1 (놀란다) 뭐야? 왜 안 죽어.
남자2 내가 죽어?
남자1 네 심장은 뛰지 않았어.
남자2 네 귀가 먹었겠지.
남자1 몸이 얼음장 같았다니까.
남자2 찬 바닥에 누워있으니 그렇지. 그런데, 그녀는 어딜 갔지. 그냥 가버렸을 리가
없는데. 홀에 있나?
남자1 거긴 안돼.
남자2 그녀가 기다릴 거야. 그러고 그냥 갔을 리 없어. 분명 이유가 있었다구.
남자1 안돼. 내 말 잘 들어. 내가 왔을 때부터 그 여자는 없었어. 그리고 밖에는 내
마누라가 있어. 넌 내 마누라한테 헛소리를 했더구나. 농담이었다고 말해.
남자2 뭐라구? 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난걸까.
남자1 내 부인이 왜 왔냐면. 글쎄, 네가 입고 있는 양복을 보고 나라고 착각을 한거야.
남자2 이 꽃. 그래, 그녀가 좋아하는 연두 빛 국화를 줘야 하는데.
남자1 내 말 잘 들으라니까. 우리 마누라한테,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너한테 빌려준 이
양복을 받으러 온 거야. 알아들었어? 너한테 양복을 빌려 준 건 설거지 하는 네
동료가 아냐.
남자2 그녀가 그냥 갔을 리 없어. 절대.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냐.
그녀는 행복하다고 했어.
남자1 홀에 있는 여자가 묻거든 절대로 내가 여기서 일하는 걸 말해선 안돼. 난 금융업에
종사하고 너하고는 친구고 오늘은…
남자2 바깥 홀에 나가봐야겠어. 그녀는 거기 있을거야. 이 연두 빛 국화를 줘야해.
(나가려 한다)
남자1 (말리며 – 몸싸움 잠깐) 글쎄 내 말에 대답하고 나가. 내 말 알아들은 거지.
남자2 아직 청혼도 하지 못했는데.
남자1 내 말 알아들었냐고. 이 멍청아.
남자2 어디가 아픈 건 아니겠지.
남자1 헛소리 그만해. 마누라한테 다 들통나게 생겼어. 내 결혼이 너 때문에 엉망이 되게
생겼다구.
남자2 난 네 마누라를 못 봤어.
남자1 이 자식이 정말. 에잇. (주먹으로 친다)
남자2 윽! (그 자리에 쓰러진다)
효과 급히 문 열리며 여자 들어온다.
여자 여보.
남자1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밀어 봤는데 진짜 죽었소. 경찰 부르고 집으로 갑시다.
여자 정말 또 죽었나요.
남자1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기력이 없구려. 경찰이 오면 전말이 밝혀지겠지.
여자 경찰이요? 그럼 우리 빨리 집으로 가요.
남자1 경찰이 오기 전에, 경찰이 오기 전에 집으로 갑시다. 일이 복잡해질 거요.
여자 그래요. 여보.
남자1 저 놈이 죽기 전에 또 실없는 농담을 했소. 당신을 못 봤다지 뭐야.
여자 아! 정말 농담을 잘하는군요. 어서 가요. (함께 걸어나가며 문을 연다) 이 설거지실
에선 당신 향수 냄새가 나고 당신한테선 시궁창 냄새가 나요. (문이 닫힌다)
해설 두 사람은 그렇게 설거지실을 나갔다. 잠시 후, 남자1이 혼자 급히 돌아오더니,
아까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향수를 꺼내 자신의 몸에 막 뿌려대고는 다시
뛰어 나간다.
음악 엔딩.
진행 (스텝 안내) 김수정의 희곡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 지금까지 출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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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1. 아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인간들의 위선과 가면을 희극적으로 잘
표현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러한 코미디를 선호하시나요? 앞으로 또 희곡을 쓰신
다면 어떤 장르 혹은 어떤 이야기를 쓰시고 싶은지?
2. 이제 막 등단을 한 신인 작가이신데요, 등단 이전과 이후는 아마 뭔가 변화가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혹시 새해 설계를 하신 게 있나요? 올해 학교도 졸업하시는데,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신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진행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친구를 인디언식으로 표현하면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이렇게 말한답니다. 참 의미있는 말 같습니다.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결국 슬픔을 함께 나눈다라는 말이겠죠. 보통 인간들이야 기쁨을
나누자고 하면 좋아하겠지만, 슬픔을 나누어 지자, 그러면 회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친구인가 봅니다. 요즘 같은 어려운 때는
더더욱 친구들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 같습니다. 휴일인데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에
게 전화 한 통화 해보시면 어떨까요? 삭막한 겨울, 정이라도 훈훈히 나누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편안한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음악 시그널
타이틀 라디오 독서실, 지금까지 극본 선욱현, 기술 이흥규, 연출 승원세로
보내드렸습니다. <끝>
▼ 서울신문 단편소설 당선작 – 빛이 스며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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