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곧 석양으로 물들고
이내 밤은 찾아와 불꺼진 창을 두들겨
한없이 고단해진 허리를 구부려
아련한 이름 부르며 준비해둔 작은 등을 켜
봄을 견뎌내고 얻은 젊음이 춤추던 여름
추락을 여는 가을을 품고 전투로 맞이한 겨울
보란 듯이 피고 저문 만물의 거취는 전부
거대한 순환의 원주를 이루는 점들
꽉 쥔 손안에서 놓친 혹은 제풀에 꺾인
욕심은 영원의 침묵으로서 치유될 결핍
모든 걸 잃고도 날아오르려 이토록
덧없는 미련의 몸짓을 나는 꿈이라 일컬어
긴 생을 가득 채운 불안감이나
지독한 열병으로 수놓았던 고독 따위가
약속한 슬픈 추억들을 데리러 오라 할 때
후회 뿐이라 한들 난 그때로 돌아갈래
허공에 던져진 주사위는 드높이 솟아오른 후
자리로 돌아오지 단지 그 뿐
우연은 다시 그를 들어올리고
필연이란 이름과 함께 또 내려놓을지도
허나 그건 매번 다른 결과를 낳고
그로 인한 가능성이라 부르는 의미를 창조
가혹한 운명을 기꺼이 짊어짐에
비로소 어깨에 올려진 무게를 견디네
기대 믿음 희망 모두 물거품이 된 지난
짧고도 쓰라린 시간 안에서 찾은 의미란
생은 이성적 의지완 다른 반복의 지루함이자
영원토록 미완인 시지프의 신화
모든 노력과 열정은 과정 위에 쓰여진
얕은 흔적일 뿐 어떤 결과도 쫓은 적은 없지
이따금 덮쳐오는 허무의 조각들을
한껏 무뎌진 감정 아래로 깊게 파묻었지
삶이란 조형을 만드는 예술가
어떤 힘으로 인해 작품은 끝을 맺는가
매순간 피어오르는 힘의 생성과
마주하고서 태어나는 승리자로서의 대전환
일말의 행복도 놓치지 않기 위한
과거로써 미래를 다시금 되돌리는 귀환
지금 이 해가 저무는 언덕의 저편에
내가 본 것과 같은 태양이 떠오르길 원해
바쁘게 달리던 시계가 멈추면
또 다른 시계추가 시작의 종을 울리고
먹구름 뒤 길었던 비가 그치면
묻혔던 씨앗들은 품은 줄기를 펼치고
아침을 알리던 노래가 끝이 나면
작은 새들은 새로운 연주를 시작하고
햇볕이 어둠에 사라질 때면
어딘가엔 빛이 그림자를 드리울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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