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은 넘어서면 어지러워. 내게 편한 나의 경계선이어서. 심장만 어지럽혀 치워둔 쓸모없는 감정은 먼지 덮여. 여길 벗어나면 죽음. 익숙한 슬픔보다 낯선 행복이 더 싫어서, 걸음 버린 나… 헌신발이 될까만 겁이나. 세상, 세월, 사람 날 꺾어 신어서. 잊고 있어. 문 앞에 수북이 쌓인 신문과 고지서처럼 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생각, 요구들 내 앞에 늘어놓지 마. This is my home. Leave me alone. 여기만은 들어오지 마.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내게 행복할 자격 있을까? 난 왜 얕은 상처 속에도 깊이 빠져있을까? 사는 건 누구에게나 화살세례지만 나만 왜 마음에 달라붙은 과녁이 클까? 감정이 극과 극 달리고, 걸음 느린 난 뒤떨어져 숨 막히고 내 맘을 못 쥐어. 세상을 놓쳐. 몇 걸음 위 행복인데 스스로 한단씩 계단을 높여. 누구에겐 두려운 일 하지만 내겐 웃음보다 자연스러운 일. 사람이 운다는 것은 참을수록 길게 내뱉게만 되는 그저 그런 숨 같은 일. Let me breathe. 슬픔이 내 집이잖아. 머물래 난, 제자리에. 잠시 행복 속으로 외출해도 반듯이 귀가할 마음인 걸 이젠 알기에.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집이 되어버린 내 슬픔 속에 그댈.
집이 되어버린 내 슬픔 속에 그댈 초대해도 될까?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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