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꽤나 아주 먼 옛날 옛적 이야기
시골 조그만 마을, 웃음을 파는 광대가 살고 있었대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사내는 몇 해 전 아내를 잃고, 세상을 떠도는 광대가 돼버린 청년 피에로
그는 집도 가족도 친구도 기댈 곳 하나 없었고 새하얀 얼굴엔 언제나 눈물이 고여 있었어
새빨간 다이아몬드처럼 눈물은 구슬프게도 반짝거렸지, 마치 붉게 두근거리던 아내의 입술처럼
떠올라 떠올라 아내가 떠오를 때면 밤이 새도록 타올라 타올라 그리움이 불타오르곤 해
바이올린, 비올라 선율을 따라서 미친 듯이 춤을 추면 사방에 흩어지는 새빨간 다이아몬드
그때마다 피에로는 어둠이 깨도록 큰 소리로 웃었어
굳게 닫힌 입술을 깨물었어 되물었어
난 절대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 그래서 피에로는 자신을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웃음을 팔았어
* 알아 당신의 마음을
그 슬픈 눈물을
그대 곁에 있어 난
난 행복했던 걸
기억해줘, 그대여
부디 잊지 말아요
그대 곁에 언제나 함께 할게요 *
그 뒤로 한 달이, 지나 두 달이, 지나 몇 년이 흘렀어
하루는 건넛마을에 사는 한 소녀를 웃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곧바로 소녀의 마을을 찾았어
그리고 거기서 꿈에도 그리던 그녀와 꼭 닮은 소녀를 만났어
그녀의 옆에는 한 사내가 있었고 그 사내는 괴로운 얼굴로 자신의 딸을 살려달라고 말했지
눈물도, 웃음도 없는 가녀린 소녀의 소원은 울거나, 웃거나, 감정을 느껴보는 것
피에로는 자신의 아내를 꼭 닮은 소녀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온 힘을 다했지만, 그녀는 결코 웃지 않았어
시간이 갈수록 몸과 마음은 말라 비틀어져
피에로는 결국 소녀를 위해서 목숨을 건 마지막 곡예를 펼쳤어
팽팽한 외줄 위에서 비행하는 피에로의 팔과 다리는 황홀하게 소녀의 얼굴에 미소를 수놓았어
그 순간 피에로는 소녀의 미소와 함께 외줄 아래로 영원히 추락했어
웃으며 바닥에 누워있는 피에로를 보고는 소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고
눈물이 바닥에 닿자마자 자신의 피보다 붉디붉은 새빨간 다이아몬드로 변해버렸어
* repeat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널 향한 나의 광대짓)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아 단 한번만이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마지막이야 널 향한 나의 광대짓 그러니 제발 환한 웃음을 보여줘)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아
이미 지나간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아
그녀를 만약 살릴 수 있다면 내 남은 생명을 전부 다 바친대도 괜찮아
절대로 후회 안 할게 너를 원망 안 할게
단 한번만이라도 널 웃게 만들어 주고 싶어 단 한 순간이라도 얼굴에 미소를 주고 싶어
널 보면 자꾸만 떠나간 아내가 떠올라
어떻게 그리도 꼭 닮았을까 똑 부러진 코와 눈과 짙은 눈썹까지도 아내를 보는 것 같아
눈 앞에 있는 것 같아 아내가 다시 살아났대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제발 환한 웃음을 보여줘 (그러니 제발 환한 웃음을 보여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널 향한 나의 광대짓 내 손짓 내 몸짓 정말로 마지막이야
점점 숨이 가빠져 그러니 부탁할게 제발 날 보며 한번만 환하게 웃음을 지어줘…
* repeat ( x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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