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도 없이 며칠동안 사라졌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조금 바빴다며 웃는 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둘이 만날 때 자꾸 누굴 부르려 하고
마지못해 대꾸를 하고
딴 생각에 마냥 잠겨 있는 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늦은 밤중에 보고 싶다 전화 와서
달려나가면 그냥 나의 품에 안겨
한참 울면서 끝내 아무 말이 없다가
참 미안하다고 늘 고맙다는
그건 어쩌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몇 번씩이나 이유 없이 한숨을 쉬고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
늘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싫어졌냐고 좋아하긴 한거냐고
몰아세울 때 그냥 나의 손을 잡고
한참 울면서 끝내 아무말이 없다가
잘 모르겠다고 왜 이러는지
그건 아마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이젠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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