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 방과후회 (Cutz Friz)

나 중학교 때 일이야
방과 후에 몇몇이 볼펜 훔치러 가기로 했지
재밌다 신난다 짜릿하다 라는 이유로 말이지
공짜로 멋진 볼펜도 생기고 드디어 대형 서점 안
학용품 코너 앞에 우린 눈에 날이 선체 행동 개시 했네
슬쩍 하는 쾌감이 아주 그만 이더군
느끼고 있는 그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엎질러진 물이야
친구 한 놈이 경비한테 딱 걸린 거야
그땐 오 마이 갓~ 이란 표현 조차 모를 때야
열심히 뽀리고 있던 내 어깨 전방 1m 에
친구놈이 경비에게 잡혀 끌려 가는 거야
마치 영화 속 죄수가 사형 선고를 받고
사형대로 끌려가는 듯 한 이미지로 기억해
친구의 표정은 모든 것을 포기 한 듯 했어
여기서 잠깐 !
지금 생각 해 보면 그 어린 나이에
그런 눈빛이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되짚어 보게되
그 친군 나름대로 집이 어려워 보이진 않았거든
이제야 짐작 하건 데 분명히 가정에 문제가 있던 걸 거야
돈 있다고 집구석이 다 잘 돌아가는 건 아니거든
애미 애비가 전쟁이던가
부모 자식간에 커뮤니케이션 단절이던가 뭐 등등…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약속이라도 한 듯 건물에서 빠져 나와 한 마디 말 없이
각자의 집으로 유유히 흩어졌어
다음 날 학교에서 일어날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Back in the day. I was a teenager.
오늘의 아침 햇살은 나에게 왜 이리도 무심할까.
떠오르지 않는다면 난 어둠에 계속 숨어 있을 텐데
뽀릴 줄 만 알았지 이럴 줄은 몰랐어
어느 시점 에선가 아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어
그 놈이 어제 뽀리까다 걸렸다더라
경찰서로 넘겨졌다더라
오늘 경찰이랑 같이 등교할 거 라더라
좃 됐어
똥줄 타들어가기 시작했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식은땀과
쭈뼛 선 닭살은 좃 됐음을 예감했어
교문을 들어서는 빽차의 위엄
공범자들의 센서 작동~ 위험!
뻘건 빛 퍼런 빛
싸이키 번쩍 번쩍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들이 머릿 속
아니 눈 앞에 번쩍 번쩍
절도에 동참했던 자식들은 슬금슬금 서로 눈치 살펴
씨벌 것 졸라 후달려
극도의 공포와 초조함에 휘말려
공범을 추려내는 상담시간 피말려
나 완전히 말렸어
야 혹시라도 니 절친한 친구라도
뭐 훔치러 간다 그러면 절대로 말려
제발 친구 따라 강남 가지 말고 제발
오늘 뭐 훔치러 갈 계획 짜고 있지
당장 그만 둬 순간의 쾌감을 쫓다 보면
오늘의 현실은 아주 엉망이 돼
내가 그때 그러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러고 살진 않았을 텐데
후회 하지 말고 지금 마음 고쳐 먹어
아니다 싶은 일은 과감하게 관둬 뿌리쳐
아니다 싶은 일은 과감하게 뿌리쳐
Back in the day. I was a teenager.
누구나 멋진 미래를 꿈꾸지
화목한 가정 ,안정된 직장
좋은 차 ,돈, 여자, 명예, 사회적 지위
그럴러면 청소년기를 잘 보내야 해
세 살 버릇 여든 가고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잖아
시작이 반
이 긴 인생 여정에 시작인 청소년기는
평생의 반을 차지 할 만큼 중요하고
삶의 영향력을 미치지(미치지만)
어른들은 더러워도 그러려니 살지만 너희는 아냐
행복하게 아름답게 자랄 권리가 있어
너희가 보아 온 것들 보다 겪어 온 것들 보다
세상엔 아직 더 많은 셀 수 없는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이 숨어있어
커다란 기쁨은 오히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아주 작은 곳에 숨어있어
Back in the day I was a teenager.
마치 국민학교 소풍 때 하는 보물찾기 놀이처럼
마치 소풍 때 하는 보물찾기 놀이처럼.
Back in the day I was a tee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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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회 (Cutz. Friz)
양동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