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조퇴 정리해고 모두 남의 얘기인줄 알았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만큼
회사에만 충성했던 나였기에
성실하지 못한 자는 도태되리라
항상 자신있게 떠들었던 내가
정리가 되어버렸고 이젠 오고 갈데 없는 하얀손
난 정말 예전에 미처 몰랐어
하루가 왜 이리 길기만 한지
주말도 아닌데 영화보는 사람 많은 이유를
어쩌자고 이모양 이꼴이 됐나
미치도록 일한 죄밖에 없는데
이제와서 어디로 가란 말인가 불쌍해진 내 신세
그녀가 보고 싶었어 위로라도 받고 싶었어
만나자고 전화했는데 다짜고짜 이별이라니
세상 모든 일을 혼자하는 것처럼
늘 바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달에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날 보게 되었던거야
달력속에 빨간 날은 커녕 휴가도
다 반납하고 일에 미쳐 있던 나
왜 대낮부터 극장 앞에 있는지 알수가 없다고
큰 망치로 한방 맞은 기분이었어
네 끊어진 전활 한참동안 들고 있었어
왜 이렇게 꼬일데로 꼬여 버렸나
오 한심한 내 신세야
뭐라고 해야하나 막막한 현실을 어떻게 얘기하나
보나마나 유별난 그녀이기에
그냥 넘어가진 않을텐데
데이트도 못할 만큼 회사에 충성하던 내가 잘렸다면
보나마나 내 능력을 의심하며
야속하게 이별을 말할텐데
그래도 자존심 남아있어서
비겁한 거짓말 하지 않았어
그녀를 만나서 나의 이런 얘기 모두 다했어
그녀 성질 알지만 다 털어놨어
날 벼락도 알지만 각오도 했어
이제와서 무얼 더 바랄수 있니 운명에나 맡길뿐
돌아서 가버리겠지 위도 돌아보지 않겠지
용기내어 그녈 봤더니 이게 뭐야 울고 있잖아
그녀 품이 그리 포근한지 몰랐어
또 행복이란 무언지도 알았어
왜 바보처럼 소중한 게 뭔지도 모른채 살아온걸까
나를 안아주며 위로하던 얘기에
난 그냥 눈을 감고 말아버렸어
너하나쯤은 책임질수 있으니 걱정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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