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없이 날 떠나가면
그래 모두 끝이라 지울 거라 믿었니
낫지도 않는 지독한 병을 주고 가면
난 이제 어떡해
선생님 요즘 이상해요
제 마음이 바다에 가라앉은 쇳덩이처럼
무겁고 슬퍼요 무슨 일이냐면 말이죠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간 놀이동산에서
줄이 너무 길어 회전목마나 타야지 하고 탔는데
갑자기 막 미치도록 누군가 그립고
눈물이 나는 거에요 대체 무슨 기억을 지우신거죠?
얘기해줄 수 없어 기억을 지울 때 동의했네
그때 분명히 싸인하고 나와 약속했어
어떤 아픔이 와도 나는 말해줄 수 없네
잘 생각해봐 당신도 기억을 지우려 왔을 때
큰 다짐을 하고 온 거야
그게 제일 행복해지는 길이라 판단한 거지
나쁜 기억들 다 사라질 거야 잊어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아픔 잊어
아무 이유 없이 날 떠나가면
그래 모두 끝이라 지울 거라 믿었니
낫지도 않는 지독한 병을 주고가면
난 이제 어떡해
선생님 수술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아니야 기억은 분명히 지웠어
근데 어떻게 기억을 하죠?
꽤 아픈 사랑이었나 봐 기억은 머리로 하는 거지만
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와도
제 가슴 속을 꽉 채운 이 슬픔은
빠져나갈 생각을 안해요
나 도저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는데
대체 왜 이런 병원을 세우신거죠?
아픔을 지우기 위해서라면서요
그렇다면 모르는 게 더 아픈 저에겐
제 기억을 알려 주시는 게 약이에요
당신 같은 환자는 평생 처음 봤어
정말 아픈 사랑이었나 봐 수술은 성공했어
머리는 모두 잊었지만 당신의 그 심장이
심장이 기억하고 있는 거야
그 사랑, 좋아 얘기해줄게
자세한 사연은 나도 잘 몰라
당신은 어떤 여자 손을 잡고 왔었어
너무나 마르고 천사처럼 아름다웠던 여자
아무 이유 없이 날 떠나가면
그래 모두 끝이라 지울 거라 믿었니
낫지도 않는 지독한 병을 주고가면
난 이제 어떡해
서로를 부둥켜안고 계속 울었지
수술하는 순간까지도 손을 놓지 않았어
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그 아픔 사랑 다 느껴졌으니까
그렇게 기억을 지워버렸어
서로 사랑하는 만큼 힘들었던 결정이었을 거야
그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
그녀도 그걸 원할 거야 그 사랑
아 오늘 날씨 되게 좋다 우리 놀이동산이나 갈래?
오빠 장난치는 거지?
나 고소공포증 있잖아 놀이기구 못 타
그럼 뭐 하루종일 회전목마나 타자
치! 그럼 재미없잖아
내가 재밌게 해줄게 가자 응 가자
아 알았어 잠깐 잠깐, 알았어 갈게 잠깐만
아무 이유 없이 날 떠나가면
그래 모두 끝이라 지울 거라 믿었니
낫지도 않는 지독한 병을 주고 가면
난 이제 어떡해
오빠 나 마지막 부탁이 있어
뭔데 말해봐
벌써 일년이 넘었네 이렇게 나 간호해준거
나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은거 알아
그런 소리 하지마 비싼약 넣고 있으니까
점점 나아질꺼야
나 바보 아니야 (괜찮아?)
오빠 나 죽기 전에 부탁이 있어
뭔데 말해봐 뭐든 해줄게!
뭐든지 해주는 거지
응! 하늘에 별도 따다 줄게 제일 예쁜색으로
바보 나 오빠가 나 잊고서
다른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마지막 소원이야
우리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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