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물건들 정리하고
챙겨야 할 욕심들 포장하고
짊어야 할 무거움을 견뎌내고
정들었던 이 집을 떠난다
더러워진 바닥을 쓸어내고
빛바랜 벽지들은 뜯어내고
치워버릴 아쉬움은 남기고서
힘들었던 내 맘도 떠난다
내가 남긴 낙서도
새하얀 빛깔의 칠로 지워지겠지
우리 지낸 흔적도
낯선 사람의 손길로 덮혀지겠지
내일부터 날 반겨줄
나의 집에 모든 것을 옮기고서
너에겐 작별 인사를 할게
네가 내게 주었던 따뜻함을 잊지 않을게
집에 가는 길이 낯설어 문득 여길 찾을 때
그땐 바보 같은 내 모습 부끄럽겠지만
그저 어색하지 않게 모른 척 지나갈게
먼지 쌓인 물건들 정리하고
챙겨야 할 욕심들 포장하고
짊어야 할 무거움을 견뎌내고
정들었던 이 집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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