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맹이 하나 -안치환- <김남주 시/안치환 곡>
숨이 막히고 가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난 둑길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고자 했네.
돌멩이 하나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금새 사라지고 말 그런 돌멩이하나
그런 돌멩이 하나 그 때 나 묻지 않았네.
친구여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가 그 얼마일거냐고
그 얼마일거냐고 친구여 나 묻지 않았네.
날은 저물어 캄캄한 밤에 친구와 난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고자 했네.
작은 불씨하나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끝내 새날이 오면 금새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하나.
그런 불씨하나 그 때 나 묻지 않았네.
친구여 불이 밀어내 어둠의 영역이 그 얼마일거냐고
그 얼마일거냐고 나 묻지 않았네.
그러나 죽음 하나 같이 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네.
벗 하나 있음에 벗 하나 있음에…
풍산개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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