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넌 재미있고 시끄러운 아이였고
남자애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있었지
하지만 한 번도 반장은 해본 적이 없었어
여자애들이 널 찍어 주지 않았으니까
하루는 녀석들이랑 뛰어다니고 놀다가
실수로 네 가방을 ‘퍽!’ 하고 밟아 버렸지
꽉 찬 가방 속엔 교과서, 공책 등과 함께
뜯지 않은 우유팩 하나가 들어 있었지
넌 오직 남자애들한테만 인기 있는 남자애였고
우유팩이 터졌을 때 걔들은 그저 멍청히 보고만 있었지
재빨리 책들부터 꺼내서 털고 닦고 가방까지 씻어다 준 건
그 전엔 단 한 마디도 너랑 해본 적 없었던 한 여자애였어
그 앤 작고 조용하고 안경을 낀 아이였지
걔가 널 왜 도와줬는지 넌 잘 모르겠지
혹시 널 짝사랑한 걸까? 그건 아닐 거야 넌
남자애들한테만 인기 있었으니까
넌 오직 남자애들한테만 인기 있는 남자애였고
우유팩이 터졌을 때 걔들은 죄다 멍청히 보고만 있었지
어찌할 줄 모르던 널 도와준 그 애한테 고맙단 인사도 못한 너
그 아이의 이름도 잊어버렸다며 넌 지금 뭐가 좋아서 웃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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