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 03 벌레

나의 맘 속엔 나를 먹는 벌레가 살아.
녀석은 나의뇌 속에 처음 둥지를 틀고
이제는 나의 세포 모두에 자리를 잡아가.
그래서 말이지만, 내가 벌렌지, 벌레가 난지.
나의 뱃 속엔 나를 먹는 벌레가 살아.
녀석은 나의 위 속을 맘에 들어했지.
이 것 봐, 내가 삼킨것을 모두 삼켜.
그래서 말이지만, 내가 벌렌지, 벌레가 난지.
모두들 벌레같이 살지 말래. 모두들 벌레같은 눈을 하고,
모두들 벌레같이 굴지 말래. 모두들벌레 같은 배를 하고,
반짝이는 뱃두덩이, 단출하게층진 더듬이,
뜨고도 감은 그 두 눈엔 무엇이 비치나.
나의 눈 속엔 나를 먹는 벌레가 살아.
녀석은 순한 짓으로 나를 농락하고,
양 같은 표정으로 기회를기다려.
그래서 말이지만, 내가 벌렌지, 벌레가 난지.

—————–
벌레
자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