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아티스트 ☆ 블랙넛 (Black Nut)-02-배치기

back in the day 2007
에미넴을 동경해
내가 찾아간 곳은
인터넷서 알게 된
어떤 크루의 정모
음악 얘기는 뒷전이고
그냥 다같이 만나서
술 처먹고 담배 빨며
음담패설이나 하던
지긋지긋한 일상의
해방구쯤이나 됐던
그 작은 힙합동아리
속엔 니가 있었어
배치기를 좋아한단
너를 만난 뒤부터
내 mp3에 있는 에미넴
노래들을 지웠어
무릎까지 내려온 박스티에다
살짝 기울인 핑크색 뉴에라 위엔 NY
피부는 니가 신은
에어포스처럼 white
앵두같은 니 입술로
yo를 뱉을 때마다
난 요도가 움찔했지
오 하느님 제발
이 여자랑 잘 되게 해 주세요
매일 밤
니가 생각나면 듣곤 했던 마이동풍
주말마다 갔지 니가 있던
그 양아치 소굴
힙합은 원래 그런 게 아닌데
막 총 쏘고 대마초 빨고
해야 개간지인데
너를 위해서라면 나 막귀가 될게
너를 위해 나 신토불이할게
꺼져 eminem
I wanna be your
배치기 tonight
I wanna be your
배치기 tonight
I wanna be your
배치기 tonight
I wanna be your
배치기 tonight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fuckin rap star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fuckin rap star
I wanna be your
탁 아님 무웅
그래서 엄마 돈을 훔쳐 샀지
배치기 앨범 전부
너랑 친해지고 싶어
근데 용기가 안 나
열심히 듣고 외워
배치기의 노래 가사를
에미넴 노랠 듣고 싶었지만 꾹 참아
너가 나의 kim이었다면
난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너는 박씨고
널 때리기는 싫어
매일 너를 생각하며
열심히 혀를 튕겨
며칠 후에 있을 크루의 첫 단체 공연
가사를 써 본 적이 없어
카피곡을 불러
다들 다이나믹 듀오
에픽 하이 MC 스나이퍼
내가 준비한 건 마이동풍 니 18번
하지만 뭔가 잘못된 걸 느낀 건
우리가 정모했던 공연하기 이틀 전
저번 주만 해도 온통 배치기 얘기뿐이던
너는 그 새 갈아타버렸네
supreme team으로
힙합은 원래 그런 게 아닌데
막 총 쏘고 대마초 빨고 해야
좆간지인데
너를 위해서라면 나 막귀가 될게
너를 위해 나 신토불이할게
꺼져 eminem
I wanna be your supreme team tonight
I wanna be your supreme team tonight
I wanna be your supreme team tonight
I wanna be your supreme team tonight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fuckin rap star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fuckin rap star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이라 해 봤자
크루 애들 실친 몇 명이 다였던
휑한 공연장 안
하필 한 녀석이 준비해 온 꽐라
빈 소주병 들고
깝치는 짭센스에게 시선 강탈
덕분에 다음 순서였던 나의 마이동풍은
걔와 그녀가 다정히 나누는 대화 속
감미로운 배경음악 역할이나
하는 꼴이 되었어
공연이 끝나고 간 뒷풀이 자리에서
먼저 사라지는
너와 그 녀석의 뒤에 대고
난 아무 말도 못 했지
니 표정이 환해서
식은 싸구려 대패삼겹살 앞에서
다들 침 튀기며
한국힙합의 현실을 토론할 때
빠순이가 어쩌고 하는 꼴이 마치
그녀를 욕하는 것만 같아서
밖으로 나왔지
꽂은 이어폰엔 현관을 열면이 흘러 나와
서럽게 울며 집으로 향했던 나의 밤
너의 아는 오빠들이
누구 앨범에 참여해
같이 사진을 찍었다고
내게 자랑을 하고
니가 뭐를 하던
상관없는 척 하지만 your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I wanna be your fuckin rap star
난 그냥
너의 배치기가 되고 싶었어
너의 슈프림 팀이 난 되고 싶었어
너의 넘버 원 래퍼가 되고 싶었어
근데 난 이제 블랙넛이 됐어
나는 블랙넛이야
니가 쳐다도 안 봤던
그래 나는 블랙넛이야
너의 기억 속엔 내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노랠 듣고 있다면
나 말해줄 게 있어
그게 뭐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