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퍼마시다
방금에서야
오늘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가버린 친구놈들
나 같은 자취생에게는
가끔 사치라고까지 느껴지곤 하는
이런 고독감은 눈에 뻔히
보이는 이 세계를
또 다른 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줘
먹다남은 떡볶이 접시
굴러 다니는 콜라 병뚜껑 역시
내겐 가끔 이렇게 너무도 낯설지
대체 며칠이 지난건지
썩은 계란 껍질에서 나는
구린 냄새에 절대 이렇게 못 살아
난 일어나 설거지를 시작해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며 흥얼거리다
창 넘어 거리에서
도토리만한 꼬마애랑
같이 얘기하는 저 아저씨
저 아저씨 뭐해 지금
오후에나 일어났어
아 오늘도 머린 감지않을래
내 나인 벌써 서른인가
스물아홉인가
많은 생각을 하곤 하지만
지원서 내는곳마다
나를 이해를 하질못했어
난 참 할수있는거 존나 많은데썅
왜그리 닌 말만 많은데
야 이놈아 집구석에서
잔소리가 듣기싫어
비디오나 빌리러 갔다올께요
뭐
몰라몰라몰라 갔다올께요
나오긴 했지만
아뭐하지 이젠
이상하지만 꽤나 아끼는
힙포 짜가 쓰레빠를
터벅터버덕터벅
거리를 걸어
담배도없네 아이씨 짱나
석양이 비치는 저녁 철물점
과일가게 만화방 이리저리 두리번
아 새끼 자전거 타네
나도 어릴땐 참 좋았지
존나 그립다
돌아가는 풍경 잠시 빠져나와
우리는 만나지 가끔 유쾌하게
돌아가는 풍경 잠시 빠져나와
우리는 만나지 가끔 유쾌하게
난 새 나라의 어린이
눈 떠보니 토요일 네시
평소와 다름없이
깨끗이 이빨을 닦기 전에
엄마 백원만
손 벌린 내게 엄만
또 오락실 갈라고 안돼
떼 써도 안 통하네
엄마 바보 똥개 외치며 씩씩하게
대문을 나서며 아무에게도 안 들키려
눈물을 닦고나니 콧물이 쑥
자전거나 타야지 나간다 쓩
오락실 가서 옆에 있으면은
어떤 아저씨 심부름
해주고는 또 용돈
백원 정도 받을 수 있을거야
좋아 결정 떨어진 동전은 없나
이리저리 두리번 두리번
시원해지며 눈에 보인 하마 그림
고개를 드니 얼굴에
검은 갈매기를 그린
첨보는 아저씨가
이백원 주며 하는 말
이백원 주께 자전거
두고 딴 데 가서 놀래
대문 슈퍼 미용실 철물점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안녕하세요
메카 찾으러 가죠
철물점 과일가게
어 참새다
넌 어디가니
만화방 문구사 옷집 쌀가게
오락실 오락실
그럼 그렇지 이리 와
왜 또 오락실이야 그 그게
쌀가게 옷집 문구사 만화방
왜 애 자전거를 뺏어
타고 그래요 흥
가자
만화방 과일가게 철물점
미용실 슈퍼 대문
들어가
돌아가는 풍경 잠시 빠져나와
우리는 만나지 가끔 유쾌하게
돌아가는 풍경 잠시 빠져나와
우리는 만나지 가끔 유쾌하게
누나 난 그냥 자전거나
타고 놀 생각
이었는데 그 아저씨가
갑자기 나를 막
때릴 것처럼 겁주고
막 화내고 막 돈 주고 막
그래서 그런거야 진짜야 누나야
뺏겨버린 자전거
내 이백원
아이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
뭐 이렇노 오늘은
하늘위를 바라보니 붉게
물든 체릿빛 밤
오늘은 기분이 참 좋아
아이 손을 잡고
나타난 저 아주머니
자전거를 냉큼 뺏어선
아주 멀리 사라져가네
쓸쓸해 보이는 저 아저씨
난 못한 설거지나 마저 하자구
오늘은 기분이 참 좋아
오늘은 날씨도 참 좋아
오늘은 기분이 참 좋아
오늘은 날씨도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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