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말아요
나랑 좀 더 놀아줘요
빨간 해가 쏟아져도
어지러이 춤을 춰줘요
밤은 추워요
피를 좀 더 흘려줘요
내게 침을 뱉어줘요
앓고 있는 병을
내게 옮겨주세요
그대의 말투라든가 몸짓을
빠짐없이 흉내 내봐요
이로써 나는 한층 가벼워져
편안해져요
그러다 무심코 뒤돌아 보니
그림자가 없다
무시무시해
구해주세요
여긴 날씨가 나빠요
물이 자꾸 불어나요
누구보다 나를 먼저
건져내 줘요
그대의 버릇과 습관 따위가
나를 점점 옥죄어 와요
숨이 막히니 오늘 밤은
혼자 잠을 잘래요
그러다 무심코 뒤돌아 보니
너는 대체 누구?
무시무시해
어차피 이 지구에선 모두 외톨이
“나를 구해줘요” 따윈 모두 헛소리
서로서로 잡아먹는 짐승의 놀이
알면서도 계속하는 나는 멍청이
저기 혼자 네가 떠내려가네
손을 높이 들고 뭐라 말하네
어렴풋 알아들을 순 있지만
난 너를 구해주지 않을래
저기 건너편에 닿은 그대가
몸을 벌벌 떨며 뭐라 말하네
어떤 말을 해도 이제 우린 그저
너와 내가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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