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려 낼 수 있는지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 순간 그 표정 모두를 떠올리게 해주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비오는 수요일 저녁, 비오는 수요일에는
별 추억이 없었는데도 빨간 장미 다발에 눈여겨지게 하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멀쩡히 잘 살고 있던 사람 멀쩡한데도 잘 못 살게 하고 있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신이 잠을 자라고 만드신 밤을 꼬박 뜬 눈으로 보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강아지도 아닌데 그 냄새 그리워 먼 산 바라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가사 한 구절 때문에
중요한 약속을 망쳐버리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썩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이름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날 그 순간의 징크스로 사람 반병신 만들어 놓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담배연기는 먹어버리는 순간 소화가 돼
아무리 태워도 배가 부르지 않다는 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목선이 아름다우면 아무리 싸구려 목걸이를 걸어주어도
눈이 부시게 보인다는 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는
그저 모든 이유를 떠나
내 이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만 사랑하다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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