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두드리는 초겨울 바람은
나처럼 길을 잃은 영혼의 방황
하얗게 얼어붙은 거대한 바다 위를
하염없이 배회하는 파도의 유랑
꽁꽁 언 몸으로 떠있는 초생달
초인종을 누르고는 눈물을 배달
너에게서 멀리 도망치려고 하지만
총알보다 빠른 삶의 가속페달
숨소리마저 잠이든 적막한 공간에서
울고 있는 슬픈 피아노의 연가
벽지에 달라붙은 저 달 그림자를
떼어내려 구름으로 커튼을 친다
딱지 진 흉터위로 돋아나는 살은
제자리를 찾으려는 감정의 조각
내가 지금 왜 이런지 넌 아직 몰라
그러니 넌 네 자리로 돌아가줘 제발
날 도와줘 숨 쉴 수 있는 공간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세상
모든게 꿈만 꾸면 이뤄지는
거짓말 같은 그곳으로
날 데려가 줘 꼭 같이 가줘
다시는 이따위 슬픔에
지고 싶지 않아 제발
아버지는 아프고 어머니는 없다
가난은 내게 있어 그림자와 같아
수학공식보다 풀기 힘든
세금 고지서의 숫자
풀어봐도 답이 없는 통장
7전8기 말로 하긴 정말 쉽지
차비 없는 등교길 조간신문 팔기
급식지원 신청서를 받는 새학기엔
선로를 탈선하네 돈이 궁하기에
아버지의 병원비와 불투명한 거주지
서울역의 거지처럼 매 끼니를 거르지
그런 삶이 익숙해져
몇 걸음 더 걸으니
친구보다 친숙해진 빈곤이란 거머리
가난한 자 눌린 자
소외된 자 우는 자
방안 벌레조차 깊은 밤의 벗이 된다
내가 지금 왜 이런지 넌 아직 몰라
그러니 넌 네 자리로 돌아가줘 제발
날 도와줘 숨 쉴 수 있는 공간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세상
모든게 꿈만 꾸면 이뤄지는
거짓말 같은 그곳으로
날 데려가 줘 꼭 같이 가줘
다시는 이따위 슬픔에
지고 싶지 않아 제발
내 두 손에 잡힐듯한
희망이란 신기루
현실에도 존재하나 마법사의 빗자루
반복되는 지루한 삶 지나간다
또 하루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배를 채울 밀가루
발악하고 반항하고 발버둥 쳐봐도
난 반응 없는 바깥세상 뒤로
발길 옮긴다
밑바닥에서 반토막 난 삶은
이제 반환
방부제 탄 시련이란 놈은
참 썩지도 않아
날 도와줘 숨 쉴 수 있는 공간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세상
모든게 꿈만 꾸면 이뤄지는
거짓말 같은 그곳으로
날 데려가 줘 꼭 같이 가줘
다시는 이따위 슬픔에
지고 싶지 않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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