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 (조회수:193)
‘1단 기어, 좋아 / 2단 기어, 꼭 잡아 / 3단 기어, 내 말이 맞지? / 더 빨리, 괜찮아… 언덕을 오르든 어디든 네가
정하는 데로 가자’ – ‘Little honda’ 중에서
굳이 비치 보이스 노래를 멋지게 커버한 ‘Little honda’의 가사를 들추지 않아도 요 라 텡고의 음악은 머나먼 여행을
연상시킨다. 그것이 배낭 여행이든, 꿈속의 여행이든, 엑스터시로의 여행이든 간에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디론가 떠다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우선 기존 음악들이 만들어놓은 굳건한 청각의 감각 라인이 완전히 분열되고, 그 다음으로 점차 화석화되어 가던 뇌의
세포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며, 마침내 굳게 닫혀있던 감정의 문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또 다른 세계를 받아들인다.
요 라 텡고는 음악팬들에게 새로운 환경에서 음악을 접근하고,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도록 유도한다.
물론 그들의 음악이 신선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기자기한 ‘Shadow’와 상큼한 ‘Sugarcube’에서 나타나듯 요 라 텡고의
음악 세계는 완벽한 팝의 테두리에 갇혀있다. 달콤한 선율과 소박한 연주, 그리고 꿈꾸는 듯한 (혹은 나약한) 보컬은
스탠더드 팝은 아니지만, 우리가 킹크스와 버즈, 비치 보이스 등을 통해 익히 들어왔던 소리샘이다.
하지만 선배 그룹들과 달리 요 라 텡 고의 팝이 다른 점은 그 안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기타 노이즈에 실어 담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황량함과 침울함을 배웠고,
노이즈의 미학을 답습했다. ‘Damage’, ‘Little honda’ 등의 몽롱함과 거친 질주를 느껴 보라.
또한 ‘Center of gravity’에서 나타나는 보사노바의 낭만, ‘One pm again’에서 페달 스틸기타와 함께 한 컨트리의 추억,
그리고 ‘My little corner of the world’에서의 프렌치 팝 감수성들은 시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넘나든다.
즉 결론을 말하자면 요 라 텡고의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는 어느 한쪽으로 매몰되지 않고,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동시에 시공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1990년대의 인디 록 명반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외국 음악 언론의 뜨거운 찬사를 인용하지 않고도 말이다. 오히려 이들의 노래 가사와 음악을 음미하면서
끝을 맺고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오늘 떠나지 않는다 해도 / 어쨌든 서두를 건 없잖아 / 나는 여기 여행 중이니까 / 여긴 집처럼 편안하니까…
그리고 부탁해 / 갑자기 움직이진 않았으면 해’ – ‘One pm again’ 중에서
-수록곡-
01 Return To Hot Chicken
02 Moby Octopad
03 Sugarcube
04 Damage
05 Deeper Into Movies
06 Shadows
07 Stockholm
08 Autumn Sweater
09 Little Honda
10 Green Arrow
11 One PM Again
12 Th Lie ANd How We Told It
13 Center Of Gravity
14 Spec Bebop
15 We’re An American Band
16 My Little Corner O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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