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속보입니다
힙합가수 산이 본명 정산 씨가
오늘 새벽 4시 30분경
영동대교에서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네 지금 현장에 나와있습니다
산이는 사고 당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며
왜 그 시각에 한강에 갔는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현장에서는 산이의 일기장과
녹음기가 발견되었으며
산이의 전 여자친구에게 남긴
메시지로 밝혀졌습니다
아직 그 자세한 내용들은 경찰
쪽에서 발표가 되지 않은 상태이며
산이의 팬들은
잠에서 깨어 캄캄한 내 방
창밖 빗소리 나 혼자 남겨진 듯해
이대로 누워 영원히 잠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괜찮을 것 같아
3월 3일
일기를 쓰고 있어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환하게 웃고 있어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
헤어졌단 사실
이토록 행복했는데 넌 그저 수많은
의문과 거짓을 뱉은 채
듣고 있어 오늘은 네 결혼식이야
이젠 성공해서 널 다시 데려오겠단
꿈도 끝
대신 꾸는 건 너의 결혼식
참석하는 매일 그 똑같은 끔찍한 꿈
하얀 웨딩드레스 입은 넌 내게
팔짱 끼며
같이 사진 찍자 웃으면
난 저항 못하고 인형
처럼 네 남편 될 사람 옆에서
흐리지만 노력해서
얼굴 보는 순간 꿈에서 깨서
질러 비명
정신과 상담을 받았어
우울증 초기래
내 솔직한 감정을 일기처럼 써보래
그리고 힘들 때마다 먹으라
처방해준 약
삼키면 아무 생각 안 나고
잠에 든다
잠에서 깨어 캄캄한 내 방
창밖 빗소리 나 혼자 남겨진 듯해
이대로 누워 영원히 잠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괜찮을 것 같아
3월 17일
젠장할 뭔가 잘못됐나 봐 괴로울
때마다
약을 먹다 보니까 기준칠 훨씬 넘겨
내가 내가 아닌 것 같고 점점
감정 기복 심하데니 의사가 권유해
받아본 카운셀링
요즘 무슨 생각하죠
널 파멸 시킬 복수 생각
어떻게요 일단 네 남편 치과에 가
증거들 가지고 새빨간 거짓말들
이런 짓 한 애다
심지어 당신 결혼식 몇 주 전도
나와 함께였었다고 자 신고해 봐
매우 위험한 상태래 걸 뒷받침하듯
자살을 생각하게 돼 사람들
한강을 찾는
이율 알겠어 Biggie
Suicidal Thoughts
노랠 듣고 자살 생각이란 노래도
만들었어
기억해 작년 크리스마스
넌 연락 끊기더니 한참 뒤늦게
왔고 나중에 알고 보니
현재 네 남편 치과의사와 뒹굴던
중 그때 그 키스마크
생각하니 또 손이 떨려
약 어디 뒀지 술과 삼켜
잠에서 깨어 캄캄한 내 방
창밖 빗소리 나 혼자 남겨진 듯해
이대로 누워 영원히 잠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괜찮을 것 같아
4월 3일
지금 어디게 한강 가는 중이야
좀 취했다 뭐 마셨냐고 바로 술 약
소주 한 병이랑 나머지
약 모조리 섞어
비도 오는 게 참 죽기 완벽한
날이야 so fucked up
여기 일기장과 지금 녹음기에
녹음되는 목소리가
몇 시간 후 유서가 되겠지
사랑해 죽을 만큼 사랑한다
이렇게 죽어서 매일 밤
악몽에 나타나
거기서라도 우리 다시 사랑하자
웃긴 게 뭔지 알아
피해자인 난 이런데 가해잔
무지하게 행복하다
신혼사진들 올리면서
속도위반 임신했다고 축하해 달란
글 벼랑 끝서 떠밀었어
이 살인자 결국 네가 날 죽인 거야
지금 이 방법이 내 최고의
복수이자 무긴 거야
기도도 많이 했지 도와달라고 제발
응답 노랜 또 까이고 신은 무슨 씨발
다 저주해 증오해 살아갈 이유 없어
모두에 바람대로
내가 죽어줄게 어서
뭐야 비키려면 네가 비켜
지금 나 눈에 뵈는 거 하나
잠에서 깨어 캄캄한 내 방
창밖 빗소리 나 혼자 남겨진 듯해
이대로 누워 영원히 잠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2012년 12월 25일
지금은 크리스마스 새벽이야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너
보면서 편지 쓰고 있어
하 잠이 안 오네
오늘 밤 10시 보기로 했는데
갑자기 네가 연락이 안돼서
별의별 생각 다 들었어
그냥 가족 식사가
늦게 끝난 거 뿐인데
널 의심하다니 너무 미안하다
택시 내리자마자 네가 울면서
미안해 사랑해
내 품에 꼬옥 안기는데
눈도 내리고 뭔가 되게 영화같이
로맨틱했어
어머 코도 고네 하 아주 골아
떨어졌어
아 뭘 해서 이리 피곤한 거야
목은 또 왜 이리 빨개
근데 아까부터 너 전화 오네
뭐지
치과
허 뭐야 이 치과 크리스마스
새벽에
사랑해 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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