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 쉬어

후줄근하게 출근하는 사람들
두 눈을 감고 눈을 뜨니,
까만 하늘 어느새
퍼렇게 물들어가
또 해가 뜨는 건가
어젯밤의 온갖 생각들은
자리를 떠났지
그들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고 맞이하는 아침
어떤 이는
어제 막잔 들이켰고
어떤 이는
연인과 문자를 끄적였고
주말이 아쉽긴 아쉬워 이곳에선
그래서 이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어
1분 1초 낭비할 수 없는 이곳 시간
그걸 다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여유 찾고 싶은 게
내 또래들 관심사
북적대는 클럽보단
한강 가서 텐트 치고 싶다
밤 9시 반 만 되면
잠원지구 잔디 앞에
모인 사람들은 파티 시작
어지간한 건 다해봤고
안 한 것도 없지
결국은 먼 길 돌아 자연 찾지
그렇다 해서 귀농하잔 얘긴 아냐
잠시 쉬어가잔 얘기 즐길게 많아

잠시 쉬어가
월 화 수 목 금 치열한
이 도시 속의 Night & Day
좀 쉬고 싶은 나인데

모두가 너무 빡빡하게 살았어
누구의 말만 듣고
그대로 똑같이 따라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조차 못한 채로 어린 시절
보내왔지 가방엔 꼭 책을
이 도시란 곳
아이들이 살기에는 답답한 곳
반듯한 건물 또 딱딱한 거리
말랑한 우리 마음과 달리
이곳의 각 잡힌
양철 상자는 차갑지
그래서 다들 속마음을 숨기나 봐
분명 누구나 한 번은
잠시 스치거나
흔치 않은 인연들 있었지
나도 기억해
꽤 많은 얼굴들의 뒤섞임
그래, 이 도시는
가로등만큼이나
꽤 많은 이들로 빛나고 있어
우리도 어딘가에 속해 빛나고 있겠지
근데 사실 우린 몰라
자신의 가치를 잊고 지내지
그러면서 남과 비교하고,
올려다보며 자기 처지를
또 비관하고
꼭 저기 보이는 아파트와 같이
키높이 맞출 필요는 없어
모두가 박수 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