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리 견딜 수 없게 열이 심하게 나는 까닭은
하고픈 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 처음 만난 그와 급히 인사를 나눈 까닭은
흙투성이 손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 이름의 마지막 글자로 나를 불러주길 원한 까닭은
작은 별이 내겐 너무 외롭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리 높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까닭은
당신에게 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아아
이런 두서없는 말들을
아아
하얀 새하얀 종이에 써서
아아
낯선 곳에 있는 우체통에 넣고
아아
누가 볼 새라 나는 도망쳐버렸네.
언젠가 너의 목마름이 그치면
언젠가 나의 목마름이 그치면
아아
제대로 도착했으려나
아아
글씨 못알아보면 어쩌나
아아
읽지도 않고 버리면 어떡하나
아아
이런 걱정에 나는 밤을 새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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